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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11.10 16:17
한국 제약산업의 역사는 곧 이름의 역사다. 이름은 단순한 상호가 아니다. 한 시대의 가치관과 산업 구조, 그리고 기업이 세상에 전하고자 한 철학이 녹아 있는 언어다.1897년 동화약품의 출범으로 시작된 한국 제약의 여정은 창업자의 이름에서 철학 중심의 이념형 네이밍으로, 그리고 글로벌 시대의 기술 중심 영어식 이름으로 흘러왔다. 이름의 변화는 곧 산업의 진화와도 닮아 있다.가장 오래된 제약사 동화약품은 이름부터가 상징적이다. ‘동방의 밝은 빛’이라는 뜻을 가진 동화는 조선 말기 근대 의약의 시작을 알렸다. 활명수라는 이름 역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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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11.07 00:00
젠슨 황 엔비디아(62) 최고경영자(CEO)의 한국 방문 여운이 만만찮다. 후폭풍도 거세다.무엇보다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우리나라에 제공하기로 했다는 소식의 파장이다. 엔비디아가 황 CEO 방한에 맞춰 한국에 ‘선물 보따리’로 풀어놓은 것에 대해 반응이 뜨겁다.GPU는 AI 혁명을 이끌 심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품귀현상을 빚는다. 돈이 있어도 세계시장에서 살 수 없을 만큼 공급에 한계가 있다.엔비디아가 GPU 제공을 발표하자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 도약의 기대로 설렜다. 그 혜택을 받게 될 기업의 주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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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11.05 15:37
한국 대중음악 산업에서 방시혁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기획자’가 아니다. 구조를 새로 쓴 ‘개혁가’이다. BTS의 성공과 HYBE의 세계화는 한 개인의 예술적 감각을 넘어 그가 설계한 산업의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를 둘러싼 상장과정에서 있었던 의혹과 법적 논란이 ‘도덕적 프레임’으로만 소비되고 있어 안타깝다. 냉정히 말해 지금의 공세는 ‘법적 사실’보다 ‘감정적 프레임’이 앞서 있다.방시혁 의장은 현재 경찰로부터 ‘IPO 관련 허위공시’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HYBE의 상장 과정에서 일부 지분 매각 시점과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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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10.30 16:16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가 주목한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서 값진 성과를 도출했다. 그동안 온 국민이 마음을 졸일 만큼 롤러코스터 흐름을 타오던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정부-기업-국민이 '원팀'이 돼 끈질기고 치열하게 임했던 협상의 결과물이다. 한국경제인협회나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환영했다. 두 정상은 지난 29일 관세협상 세부 내용에 최종 합의했다. 한 치의 양보없는 샅바싸움을 해오던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펀드는 2000억달러는 현금투자로, 1500억달러는 우리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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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10.24 09:51
제약산업은 연구개발로 성장하지만, 위기는 공급망에서 시작된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제약시장에 불어닥친 원료의약품(API) 공급 차질, 물류비 급등,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는 산업의 체질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지금, 한국 제약산업 역시 이 구조적 불안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국내 제약사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30%에 불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하는 원료의 70%가 수입산이며,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원료의 대부분이 특정 국가에 집중된 상황에서, 중국의 환경 규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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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10.16 14:19
지난 7월 3일 제2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불법 공매도 시 과징금은 최고 수준으로 부과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근거도 마련돼 있다.올해 4월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새로운 제재 수단의 세부 사항을 규정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 4월 23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이번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불공정 거래나 불법 공매도에 가담한 이는 최대 5년간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할 수 없다록 한 것이다. 또한 상장사나 금융사 임원에도 선임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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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10.09 12:06
오늘은 10월 9일, 한글날이다.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9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한글의 완성된 시대’에 살고 있다. 문자 해독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스마트폰 자판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토록 글을 많이 쓰는 시대에 ‘바르게 쓰는 법’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요즘의 언어 풍경을 보면 세종이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다. “킹받네”, “ㄹㅇㅋㅋ”, “JMT”, “에바야” 같은 표현들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자음과 모음만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문장 대신 이모티콘으로 대화한다.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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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10.02 03:30
추석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찌는 듯한 여름 폭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췄고, 아침저녁으로 스미는 선선한 바람은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어김없는 자연의 이치 속에서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는 올해도 우리 곁을 찾아온다.그런데 건설업계가 맞는 추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가뜩이나 먹구름 드리운 건설 경기에 올해 추석은 유난히 더 무겁게 느껴진다.추석. 한가위·중추절(中秋節)·가배(嘉俳)라고도 불린다. 연중 으뜸 명절로 수확과 풍요의 대명사다. 오죽했으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이 생겨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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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09.26 03:00
일은 적게 하고 보상은 많이 받는 게 세상 직장인들의 바람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놀고먹고 싶은 마음이다.하지만 근로자의 그런 심리를 채워줄 기업은 찾기 어렵다.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들도 그렇게 너그럽지 않다.보상에는 반드시 대가가 뒤따른다. 수고나 책임의 결과가 직장인들의 월급 봉투 두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 없다는 이치와 같다.바야흐로 성과급 풍년시대다. ‘성과급 잔치’는 더 이상 금융권에서 듣는 얘기가 아니다. 금융권이야 ‘이자장사’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노조에 옴짝달싹 못 하는 구조에서 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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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09.18 17:23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등으로 대기업의 경우 적게는 수천개, 많게는 수만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과 일일이 노사협의를 해야 한다. 이는 기업과 대한민국을 쟁의와 투쟁의 장으로 내모는 동시에 기업운영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최근 사석에서 만난 정부 고위관료 출신 한 지인이 재계 분위기를 전하면서 언급한 말이다. 그는 노봉법 통과 이후 '우리도 이 참에 노조를 만들자'며 서로 앞다퉈 노조 설립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쟁의를 위한 노조 설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좀 더 세게 말하면 기업이 수많은 협력 및 하청업체들과 일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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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09.11 06:30
애경산업 매각 과정은 시작부터 끝까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절차의 투명성 부족, 매수·매도자 간의 이해관계 충돌, 그리고 무엇보다 불명확한 성장 전략이 맞물리며 이번 거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화학 기업의 소비재 진출이라는 ‘사업 다각화’의 그림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무리한 확장의 그림자만 짙다.우선 애경산업의 현황을 보자.애경산업은 화장품과 생활용품이라는 두 개의 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성장성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화장품 사업은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한한령 이후 구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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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09.04 13:31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로 선임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법사위에서 자신에게 항의하는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에게 이 같은 막말을 쏟아내면서 법사위가 아수라장이 됐다.나경원 의원의 말처럼 초선 의원이 잘 모를 수도 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일반적으로 다그칠 게 아니라 조곤조곤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선배의 도리다.세상이 많이 변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도 신입직원에게 반말을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 된 지 오래다.그런데 나경원 의원은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에게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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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08.28 07:50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건설사 대표이사와 임원진이 사표를 내고, 모든 공사를 중단하는 게 이제 관행이 돼버렸다.DL건설이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에 짓고 있는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사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강윤호 대표를 포함한 모든 임원·팀장·현장소장 등 약 80명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이 회사는 전국 44개 현장의 작업도 멈춰 세웠다.지난 4일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감전사고를 당하자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물러나고, 모든 공사도 전면 중단됐다.소중한 생명을 잃은 자체만으로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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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08.22 05:00
대통령의 메시지는 늘 분명하되 차분해야 한다. 또 절제되고 품위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래야 권위를 갖는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 국정 최고 책임자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전쟁터의 국외자일 수 없는 정치인이기도 하다.그런 자리에 있는 지도자의 발언이라면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대통령 메시지 관리를 위해 비서실에 전담 비서관을 두는 이유다. 제대로 된 대통령실이라면 대통령의 말 한 마디도 정제되지 않고 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대통령 말에 과잉 표현이 있으면 국민들은 불편해 한다. 짜증·분노 등 감정이 녹아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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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08.14 08:15
최근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인공색소, 고과당 시럽, 합성첨가물 등을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제거하는 ‘클린 라벨’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CJ제일제당, 오리온, 풀무원, 대상 등 주요 기업들은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첨가물 저감 선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는 브랜드 신뢰 확보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하지만 첨가물 저감이 곧바로 소비자 만족과 제품 품질 향상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과거 라면 시장에서 ‘MSG(글루타민산나트륨)’ 사용을 줄이거나 배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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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08.04 08:18
새 정부와 여당이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해 상법개정안, 집중투표제 등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그 결과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가 강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그런데 역풍을 맞고 있다. 세제개편안 때문이다.여론이 악화되자 여당은 지난 3일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필자는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 강화보다 증권거래세 세율 인상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된다고 본다.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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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025.07.24 09:41
이재명 정부가 첫 부동산 대책(6.27 대출 규제)을 발표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다. 충격파는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발표 다음날 곧바로 대책이 시행된 데다 규제 대상도 주택담보·전세·이주비 등 대출 분야를 총망라한 탓이다.6.27 대출 규제는 ‘돈줄’을 끊는 데 초첨을 뒀다. 서울·수도권과 규제지역(서울 강남3구·용산구)에서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묶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6개월 이내에 반드시 입주하도록 했다. ‘영끌’과 ‘갭투자’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문재인 정부 때 집값이 15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