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부국장 (생활경제부장)
김형규 부국장

한국 대중음악 산업에서 방시혁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기획자’가 아니다. 구조를 새로 쓴 ‘개혁가’이다. BTS의 성공과 HYBE의 세계화는 한 개인의 예술적 감각을 넘어 그가 설계한 산업의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를 둘러싼 상장과정에서 있었던 의혹과 법적 논란이 ‘도덕적 프레임’으로만 소비되고 있어 안타깝다. 냉정히 말해 지금의 공세는 ‘법적 사실’보다 ‘감정적 프레임’이 앞서 있다.

방시혁 의장은 현재 경찰로부터 ‘IPO 관련 허위공시’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HYBE의 상장 과정에서 일부 지분 매각 시점과 내부 정보 제공 여부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는 법원이 결론을 내린 사건이 아니며, 단지 ‘의혹이 제기된 상태’일 뿐이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이 ‘진행형 의혹’을 곧바로 ‘유죄 확정’으로 받아들이는 속도다.

K-팝 산업은 지난 20년간 ‘연습생 시스템’이라는 닫힌 구조 안에서만 움직였다. 방시혁은 그 틀을 깨고, 음악을 ‘기업 자산’이자 ‘글로벌 콘텐츠’로 확장시켰다. HYBE가 세계 시장에서 수행한 것은 단순한 음악 수출이 아니라 산업 표준화였다. 아티스트의 브랜딩, 플랫폼 중심 유통, IP 자산 관리 등은 그가 국내 음악산업에 ‘비즈니스 설계자’로서 남긴 발자취다.

그런데 지금은 방시혁의 그 성과가 완전히 부정되는 분위기다. ‘도덕적 의혹’ 때문이다. 물론 경영자라면 투명성과 책임은 반드시 따른다. 하지만 동시에 혁신가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와 제도권의 마찰도 분명 존재한다. 새 질서를 만든 사람은 언제나 기존 질서로부터 공격받기 마련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그랬던것처럼 방시혁도 구조 개혁 과정에서 예외없는 비난의 벽을 마주하고 있다.

그를 둘러싼 비판 중 상당수가 ‘개인의 일탈’보다 ‘감정적 배신감’에 더 가깝다. “성공했으니 더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프레임은 공정하지 않다. 산업은 감정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평가돼야 한다. 방시혁의 행보가 시장 질서를 교란한 것이 아닌 오히려 K-팝 산업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끌어올렸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하이브의 매출 구조, IP 다각화, 레이블 분산 전략은 그가 단순한 경영자가 아닌 ‘구조 설계자’임을 입증한다.

자 이제 그를 ‘도덕적 재단’이 아닌 ‘산업적 평가’를 해보자.

방시혁의 행동이 불법인지 아니면 제도의 회색지대를 활용한 경영 판단이었는지는 사법의 몫이다. 그러나 대중과 언론이 ‘사법 판단 이전의 여론 재판’을 통해 산업의 공로까지 매도한다면 그 피해는 개인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가 떠안아야 한다.

K-팝은 지금도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방시혁이 만든 시스템이 녹아있다. 하지만 그에게 ‘도덕적’ 잣대만을 기준으로 삼아 그가 남긴 ‘혁신의 궤적’까지 지워버리는 것은 미래 세대의 산업적 유산을 스스로 겉어차는 셈이다.

당연하게도 방시혁에게 죄가 있다면 법이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필요한 것은 ‘응징’이 아니라 ‘평가’다. 그리고 그 평가 기준은 감정이 아니라 ‘팩트’, 도덕성이 아니라 ‘산업의 진화 속도’여야 한다.

요컨대 방시혁을 향한 시선은 ‘도덕의 잣대’가 아닌 ‘역사의 렌즈’로 봐야 한다. K-팝은 여전히 그가 만든 길 위에서 걷고 있으며, 세계는 여전히 그 길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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