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현 부국장(경제부장)
조철현 부국장(경제부장)

추석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찌는 듯한 여름 폭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췄고, 아침저녁으로 스미는 선선한 바람은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어김없는 자연의 이치 속에서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는 올해도 우리 곁을 찾아온다.

그런데 건설업계가 맞는 추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가뜩이나 먹구름 드리운 건설 경기에 올해 추석은 유난히 더 무겁게 느껴진다.

추석. 한가위·중추절(中秋節)·가배(嘉俳)라고도 불린다. 연중 으뜸 명절로 수확과 풍요의 대명사다. 오죽했으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하지만 추석을 맞는 건설인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가을의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요즘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경기 침체로 발주 물량은 줄고 있는데, 공사비는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 자재값·인건비 모두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정작 수주 단가는 제자리다.

자금줄 역할을 해야 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은 꽉 막혔다. 프로젝트가 멈추거나 좌초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도산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여기에 잇단 중대재해 사고로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비극까지 이어졌다. 정부는 건설사를 질타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고, 건설업계는 전례 없는 규제와 압박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경영진은 자금난을 막기 위해 은행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현장의 관리자들은 안전 관리와 원가 절감 사이에서 곡예하듯 하루하루를 버티기 일쑤다. 건설업계 사정이 이 지경인데 하도급사와 자재업체, 레미콘 등 연관 업종의 형편은 물어보나 마나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이런 상황이 건설업계만의 탓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를 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추석은 추석이다. 며칠이라도 고단한 짐을 내려놓자. 고향을 찾고, 가족과 웃음을 나누고, 보름달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위로하자. 풍요롭지 못하더라도, 건설인들의 삶은 언제나 위기 속에서도 내일을 향해 나아갔다. 고개를 숙이기보다, 그간의 고단함을 털고 어깨를 펴자.

농경시대 우리 조상들은 추석날 길쌈을 했다. 다가올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옷을 만들었다. 먹을 거리가 풍성한 좋은 계절에 또 다른 삶을 준비한 것이다. 오늘의 건설인들에게도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준비다. 위축된 건설산업의 활로를 모색하는 길쌈 말이다.

추석을 맞아 달에게 빌어본다. 지난여름 폭염과 경기 침체, 잇단 사망사고와 정부의 압박 속에서도 꿋꿋이 현장을 지켜온 건설인들의 어깨 위에 달빛 같은 위로가 내려앉기를…

한가위 밤만이라도, 손마디에 굳은살이 박힌 현장 근로자와 건설인, 그리고 절망 대신 성실로 살아온 모든 이들이 위로받기를…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올해 한가위에는 온 누리 구석구석을 비추어 지친 건설인들의 마음까지 환히 밝혀주소서. 내일을 향한 그들의 발걸음에 힘을 더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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