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돼야 할 건 설탕이 아니라 삼양사의 태도다
설탕은 원래 새하얀 모습이 아니다. 짙은 갈색과 검은색에 가까웠고, 불순물이 그대로 남아 거친 맛이 난다. 인간은 그걸 깨끗하게 만들려고 수백 년 동안 정제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설탕의 역사는 결국 불순물을 제거해 투명함을 얻기 위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번 삼양사의 설탕 가격 담합 논란은 이 역사를 정면으로 배반했다. 정직하게 정제해야 할 것은 가격이었는데, 삼양사는 그 가격을 다시 검은색으로 물들였다. 설탕은 하얘졌지만, 가격은 더 흑화됐다. 소비자가 매일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식재료를 다루는 기업이 가격을 흐리고 숨기고 뒤틀었다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다. 그리고 의도는 한 가지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해명과 사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는 소비자를 정면으로 기만한 사건이다. 대한민국에는 “먹는 것 가지고 장난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삼양사는 먹는 것만이 아니라, 먹기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돈까지 가지고 장난을 쳤다. 이는 한 번의 실수로 오염된 제품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소비자를 속이기 위해 계산된 배신이다.
설탕 가격은 한국인의 식탁을 움직이는 생존 비용이다. 이런 핵심 품목을 다루는 기업이 가격을 숨기고 왜곡했다면, 그 공격은 소비자 지갑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건 실수가 아니다. 준비된 행동이고, 의도된 선택이다.
그럼에도 삼양사는 한국 소비자가 이런 장난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듯 행동했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는 원재료 가격, 국제 시세, 경쟁사 변동, 용량 변화까지 모두 확인한다. 그 앞에서 가격을 슬쩍 올리거나 용량을 줄이거나 말장난으로 얼버무리려는 시도는 이렇게 선언하는 것과 똑같다.
“우리는 소비자를 바보로 본다.”
“우리는 걸려도 괜찮을 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이 정도는 넘어갈 거라고 본다.”
삼양사의 이러한 오만함이 바로 소비자들이 갖는 분노의 근원이다.
특히 ‘큐원’이라는 브랜드는 오랫동안 ‘기본 식재료의 신뢰’라는 자리에 있었다. 가정의 주방에서, 제과점에서, 학교 급식실에서 가장 많이 쓰이며 쌓아온 신뢰다. 그 신뢰를 가격으로 공격했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망가뜨리는 자해다. 소비자를 이렇게까지 무시한 태도 자체가 용납될 수 없다.
삼양사가 배워야 할 점은 명확하다. 제품을 속이면 불량이고, 가격을 속이면 기만이다. 그리고 기만은 분노를 낳는다.
그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한 번 배신당한 소비자는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이번 논란이 남긴 메시지는 하나다.
가격 장난은 소비자에 대한 공격이다. 그리고 소비자는 공격받으면 싸운다.
지금 삼양사와 큐원이 마주한 현실은 바로 그 싸움의 시작이고, 그 대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