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걷어낸 값지고 알찬 성과
최종 합의까지 긴장감 늦추면 안돼

              정인홍 부국장.
           정인홍 부국장.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가 주목한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서 값진 성과를 도출했다. 그동안 온 국민이 마음을 졸일 만큼 롤러코스터 흐름을 타오던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정부-기업-국민이 '원팀'이 돼 끈질기고 치열하게 임했던 협상의 결과물이다. 한국경제인협회나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환영했다. 

두 정상은 지난 29일 관세협상 세부 내용에 최종 합의했다. 한 치의 양보없는 샅바싸움을 해오던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펀드는 2000억달러는 현금투자로, 1500억달러는 우리의 강점인 조선업 협력 방식으로 결론냈다. 당초 사실상 전액 투자를 요구했던 미국의 요구를 연간 투자 상한액 200억달러를 10년간 설정하는 것으로 다소 낮췄다.

향후 10년간 매년 200억달러씩 투자할 경우 한꺼번에 우리 외환 보유고가 축나 외환시장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우리가 요구한 '안전 정치'였다. 관세협상 타결로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기존 25%에서 일본과 EU(유럽연합)과 동일한 수준인 15%로 낮아진다. 예상되는 관세 혜택만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단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이 100% 관세 부과 으름장을 놨던 제약분야는 15% 수준으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이 줄기차게 두드렸던 쌀과 쇠고기 등 농업분야의 빗장은 단단히 걸어잠궜다. 

트럼프는 우리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이에 따른 원자력 협정 개정에도 합의했다. 늘 북핵과 마주한 우리로선 엄청난 양보를 얻어냈다는 평가다. 정권유지가 목표인 핵 고도화를 위해 시도때도 없이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으로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일 것이다.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유일한 우방국은 영국 뿐이다. 전세계에서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 6개국 밖에 없다. 외신조차 "미국은 해당 기술을 극비로 유지해왔고 가까운 동맹인 영국, 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조차 직접 기술이전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할 정도다. 후속협의만 잘 이행된다면 빠르면 2030년대에 우리 동해나 서해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5000톤급 핵잠수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미 협상을 요약하면 당초 5% 수준으로 설정했던 대미투자의 경우 절반이 넘는 2000억달러의 현금 투자와 조선 협력 등 경제분야에서 다소 밑지는 부분을, 핵잠수함 건조 승인 등 안보분야에서 보충했다고 보는게 타당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의 극진한 예우도 한 몫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해공항에 도착했을 때 최고 명예를 상징하는 예포 21발을 쏜 것이나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황금빛' 넥타이를 메고 환대한 것도 최고의 예우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나라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특별 제작한 '천마총 금관 모형'도 선물했다. 이밖에 '트럼프 굿즈' 전시에다 정상 특별 만찬주로 트럼프 대통령 아들 에릭 트럼프가 운영하는 와이너리의 술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식의 변화무쌍한 대화법이나 미중관계 및 중동 현황 등 외생변수로 인해 언제든지 분위기가 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대미 투자의 경우 아무리 '안전장치'라도, 매년 3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현금을 써야하는 리스크가 있다. 지금도 경기 회복이나 복지 예산, 소외계층 지원 등 돈이 들어갈 곳은 천지인데 향후 10년간 매년 30조원을 써야 한다니 나라 곳간 사정이 걱정이다. 당초 5%대 수준으로 거론됐던 직접 현금 투자분을 전체의 절반을 넘는 2000억달러로 합의한 것도 우리의 협상력에 누수가 생긴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외환시장 직접 조달이 아닌, 외화자산 운용수익을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꼭 수익이 난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 한미간 5대5 수익 배분 비율도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미 정상간 타결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실제 관세 인하가 이뤄지려면 관세협상 후속조치를 위한 국회 비준도 필요하고, 대미펀드 관련 특별법 제정 등 후속 법적·제도적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도 여야간 정쟁으로 바람잘 날 없는 상황에서 걱정부터 앞선다. 벌써부터 반도체 관세 및 추가 시장 개방 합의를 놓고 한미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는 것도 우려된다.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라는 성과를 구체화하려면 한미간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협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불변의 원칙을 계속 유지하면서 미국, 중국, 일본의 완벽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불평등하게 느껴지는 대미투자 펀드 투자 규모와 방식과 관련, 구체적인 실행계획 마련을 비롯해 투자기업과의 계약 체결, 양국간 제조업 부흥 협력 프로그램도 국익 차원에서 빈틈없이 잘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악전고투 속 정부-기업-국민이 원팀이 돼 이뤄낸 값진 성과가 머지않은 시점에 잘 뿌리내려 국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한 치의 소홀함이 없길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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