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회장 '고문 선임' 요구
한앤코, 경영진 교체·홍 회장 해임 나서
4월 초 임시 주총 소집 가능성

[핀포인트뉴스 구변경 기자] 남양유업의 새 주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의 경영권 확보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코에 본인을 회사 고문으로 선임해달라며 물러나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한앤코 측도 홍 회장 해임을 위한 법적 행동에 나선 데 이어 신규 이사진 선임 요청에 나서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모양새다.
28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21일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 분쟁 소송)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서를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한앤코는 오는 3월 중 열리는 남양유업 정기 주총에서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을 임시 의장으로 하고, 신규 이사진을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것을 요청했다.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윤여을 회장과 배민규 부사장, 사내이사는 이동춘 부사장, 사외이사는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안건은 지난 20일 한앤코가 요청한 임시 주주총회 안건과 비슷한 내용이다.
앞서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와 2년여의 경영권 분쟁을 벌인 끝에 지난 1월 초 승소했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의 최대주주가 홍원식 회장 외 3인에서 한앤코19호 유한회사로 바뀌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법원 판결 후에도 주식 양도를 미뤘고, 지난 1월 31일이 되어서야 한앤코가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한앤코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 20일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허락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임시 주총을 열어 이사 4명을 선임하고 집행임원 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의결하겠다는 내용이다.
법원의 가처분 심문기일은 내달 27일로 이르면 4월 초 임시 주총이 소집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 홍 회장이 사퇴 대신 연임을 선택하면 임시 주총 전까지 경영권을 유지하게 된다.
현재로선 홍 회장이 자진 사임하거나 정기 주총에서 경영진 교체 작업을 협조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조건을 들어주기 전까지는 한앤코에게 쉽게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앤코 측에서도 홍 회장을 고문으로 남겨두기엔 리스크가 큰 상황이어서 양측 입장이 팽팽하다. 남양유업은 그간 홍 회장 체제에서 2013년 대리점 물품 강매 사건이 알려진 이후 대대적인 소비자 불매운동이 일었다. 이후 홍 회장의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논란,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 등으로 회사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한편 한앤코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풀어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남양유업은 2020년부터 연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지며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22년 매출 9646억원, 영업손실 8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280억원을 기록했다.
한앤코는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 등 경영 안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우유업계가 단백질, 성인 영양식, 식물성 음료 등을 개발하며 우유 시장 위축에 돌파구를 찾는 반면 남양유업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경쟁 업체보다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사명 변경, 백미당 매각, 신사업 투자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