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채소 등 신선식품 9.8%...14년 만에 최대
12월 소비자물가 1.9% ↑..."고환율 등 영향"

올해 소비자물가가 2.3%로 오르면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8(2020년=100)로 작년보다 2.3% 올랐다. 이는 코로나 19 첫해인 2002년 0.5%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물가안정목표(2.0%)를 웃돌고 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2020년 0%대를 기록한 후 2021년 2.5%, 2022년 5.1%로 올랐다가 지난해(3.6%)까지 고물가 흐름이 계속됐던 바 있다.

한편 올해 농산물 가격은 작황 부진과 여름철 폭염·폭우의 영향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농산물 물가는 10.4% 상승해 2010년(13.5%)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귤과 사과 가격은 각각 46.2%, 30.2% 상승했고, 배 가격은 71.9% 증가했다. 배추 가격 역시 25.0% 올랐다.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신선식품 지수는 작년보다 9.8% 상승해 2010년(2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선과실은 17.1%, 신선채소는 8.2%로 각각 올랐으며, 특히 신선과실 물가 상승률은 2004년(24.3%)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석유류 가격은 1.1% 하락했으나, 지난해(-11.1%)보다 하락 폭이 줄어들었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세의 완화와 유류세 인하 조치 일부 환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서비스 물가(2.2%), 전기·가스·수도(3.5%) 등 물가 오름세가 지난해보다 약해지면서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보다 낮아졌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2%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7%를 기록하며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다.
올해 월별 물가 상승률은 2∼3월 3%대를 기록한 이후 4월부터 2%대로 진입했다. 이후 상승세가 완화되며 9월(1.6%)부터 1%대를 유지했으나, 12월에는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다시 2%대에 근접했다.
반면 석유류 가격은 1.0% 상승하며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이와 관련해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가 환율 영향, 전년도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유류세 인하 변화 등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 역시 작황 부진으로 인한 출하량 감소로 2.6% 상승하며, 전월(0.3%) 대비 상승률이 높아졌다. 가공식품은 출고가 인상 영향으로 2.0% 올랐다.
한편 정부는 내년 1월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이달보다도 소폭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환율과 작년 1월 석유류 가격이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 설 성수품 수요 등이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반면 내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세 둔화, 근원물가 안정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올해(2.3%)보다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내외로 전망된다"며 "환율이 석유류에 바로 영향을 주고 다른 품목에는 1∼3개월 시차를 두고 서서히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다음 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물가 상승에 대비해 당초 이달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 연동보조금을 내년 2월 말까지 연장하고 겨울철 유류비, 난방비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또한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에너지·농식품 바우처 지원, 주요 식품 원료 할당관세 지원 등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