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부터 외식 매장까지 과일소주 찾는 소비자↑
삼겹살·불닭볶음면 등 K-푸드와 소주 조합 인기
작년 현지 소주 시장 2.3배 성장…'진로의 대중화' 실현

하이퍼마켓 체인 퓨어골드에서 만난 직장인 사이디씨가 참이슬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구변경 기자)
하이퍼마켓 체인 퓨어골드에서 만난 직장인 사이디씨가 참이슬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구변경 기자)

[마닐라(필리핀)=구변경 기자] "한국에서 소맥 먹듯이 기념일에 친구들과 소주랑 맥주를 섞어먹는 것을 좋아해요. K-드라마 보는 친구들은 소주를 좋아하고 잘 마셔요."

지난 21일 필리핀 마닐라 파라냐케 지역에 위치한 하이퍼마켓 체인인 퓨어골드에서 만난 직장인 사이디(23)씨는 '소주를 어떻게 음용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평소에도 주 2회 한번 음용시 소주를 1~2병 즐겨 마신다는 사이디씨는 여느때처럼 장을 보러 나온 모습이었다. 사이디씨의 카트에는 이미 하이트진로에서 수출하는 소주 '참이슬'과 과일소주 '딸기에이슬', '청포도에이슬' 등 초록병 4~5병 정도가 실려 있었다.

사이디씨는 "가장 먼저 소주를 접한 K-드라마는 '궁'이었다"며 "떡볶이랑 진라면 등과 소주를 같이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 소주는 도수가 40도라 쎈 편인데 한국 소주는 깔끔하다"며 "몸 안은 많이 뜨거운데 마시면 편안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다음날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에 있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인 S&R 멤버십 쇼핑(Membership Shopping)에서도 과일소주를 즐기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앞선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쇼핑 카트에는 소주와 곁들일 과자 여러 봉지와 참이슬을 비롯한 과일소주 등 초록병이 여럿 담겨 있었다. 한국 소주를 카트에 담은 필리피노들을 보자니 그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S&R 멤버십 쇼핑 매장에서 현지 직원이 진로 소주 시식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구변경 기자)
S&R 멤버십 쇼핑 매장에서 현지 직원이 진로 소주 시식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구변경 기자)

S&R 멤버십 쇼핑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커플 제프 디말란따(28·남)와 나이사(26·여) 역시 많게는 일주일내내 소주를 음용한다고 했다.

S&R 멤버십 쇼핑 매장에 진열된 진로 소주. (사진=구변경 기자)
S&R 멤버십 쇼핑 매장에 진열된 진로 소주. (사진=구변경 기자)

제프 디말란따씨는 "진로소주가 (소나이스 등 현지 미투제품) 다른 제품과 비교해 선택권이 많아 진로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가격도 크게 비싸게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포도에이슬'이 가장 잘 맞고 즐겨 마신다"며 "평소에는 삼겹살과 불닭볶음면하고도 같이 즐긴다"고 전했다.

이어 이동한 한국식 무한리필 바비큐 전문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Samgyupsalamat)'에서는 삼겹살에 소주를 즐기려는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도 보였다. 테이블 위에는 청포도부터 복숭아·딸기 등 과일 소주와 참이슬 등이 올려져 있었다. 숯불을 달궈 불을 피우고 불판에 삼겹살을 올려 소주와 먹는 풍경이 매우 익숙했다.

삼겹살라맛을 찾은 안나(26·여)씨는 "맥주보다는 소주가 더 단맛이 나서 음식이랑 같이 먹을 때 소주를 더 즐겨 마시게 되는 편"이라며 "친구같은 경우 자몽맛 소주를 맥주랑 섞어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주량을 묻는 질문에는 "혼자서 최대 10~16병까지 마셔봤다"며 "필리핀 사람들이 많이 먹는 과일인 망고 맛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식 무한리필 바비큐 전문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 매장에서 현지인들이 삼겹살과 소주를 즐기고 있다. (사진=구변경 기자)
한국식 무한리필 바비큐 전문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 매장에서 현지인들이 삼겹살과 소주를 즐기고 있다. (사진=구변경 기자)

2012년에 필리핀에서 설립된 삼겹살라맛은 한국어 '삼겹살'과 타갈로그어 '감사합니다(Salamat)'를 결합해 '삼겹살 감사합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식 삼겹살을 중심으로 무제한 바비큐 메뉴를 제공하며, 다양한 양념의 돼지고기와 소고기, 그리고 신선한 반찬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삼겹살라맛은 필리핀 전역에 걸쳐 70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마닐라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한국 드라마와 K-팝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지인들 사이에서 한국식 바비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러한 삼겹살라맛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필리핀 시장에서 소주와 한국 음식의 조화를 알리고 있으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한국식 주류 문화를 소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날 식당에는 체감 41도가 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삼겹살과 소주를 맛보기 위한 현지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이트진로는 마트부터 외식 매장까지 채널 판매를 통해 필리핀 시장 내에서의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2019년 7월 필리핀 법인 설립 이후 5년 만에 소주 시장 점유율 약 67%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황정호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모든 마켓과 편의점에 나도 모르는 외국의 수입 주류가 존재한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데) 우리 회사는 이 시장을 깨가고 있다"며 "작년까지 (현지에서) 2.3배 성장했다. 소주 대중화 선언해서 이젠 마켓에 소주가 진열되는 단계 넘어서 소비자들이 음용하는 단계를 말씀드리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필리핀 소비자들이 가정과 유흥채널에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한국의 넘버원 소주로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필리핀의 음주 문화는 '사교 중심'의 문화로, 단순히 술을 마시는 행위를 넘어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과 유대감을 중시한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의 고유한 문화를 브랜드와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인의 삶에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필리핀 주류 시장 규모는 33억7200만 리터에 달했다. 이 중 맥주가 24억8200만 리터(7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스피릿(증류주)은 8억6000만 리터였다. 2028년까지 시장 규모는 49억2500만 리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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