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재생에너지 중심 체제 전환...원전 활용하되 과하지 않아야"
金 "원자력 발전 비중 60%까지 늘리고,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재계 "정권 따라 정책 바뀔 경우 부담 늘어...일관성 유지해야" 요구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차세대 먹거리인 AI(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경제 공약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는 후보들 간 견해차가 뚜렷한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원자력 발전 비율을 60%까지 늘리는 등 '원전 확대'를 제시했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정권 교체 등의 변수에도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李·金 "AI 산업 육성 급선무...100조원 투자" 한목소리
19일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지난달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AI 관련 국내 민간 투자 규모는 13억3000만달러로 전년(13억9000만달러)보다 감소했다. 국가별 투자 규모 순위 역시 9위에서 11위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1099억8000만달러), 중국(92억9000만달러)과 비교해 부족한 규모다.
이에 대선 후보들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관련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1호 공약으로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제시하며 AI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5만 개가 넘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고,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겠다고 약속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100조원 규모의 민관합동펀드를 조성해 AI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지원하고, 20만명 이상의 청년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공공 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고 차세대 GPU, 신경망처리장치(NPU),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원천 기술 개발 지원으로 이를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 전력 공급 대책은 이견...李 "재생에너지 확대" 金 "원자력발전 비중 60%까지"

한편 두 후보는 나란히 AI 산업에 100조원대 투자를 약속한 것과는 달리, 전력 공급 등 기반 인프라 대응책에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 후보는 석탄화력발전을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전 활용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는 방향이다.
전날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1차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에너지 정책에 대해 원전이 필요하나, 안 하나 이렇게 일도양단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 원전도 필요하고 재생 에너지도 필요하고 다른 에너지도 복합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믹스의) 비중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측면에서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지속성에 문제가 있다"며 "가능하면 원전을 활용하되 과하지 않게 재생 사회 중심으로 가자고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던 대형 원전 6기 건설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SMR을 중심으로 향후 원전을 계속 늘려가 현행 32.5%인 원자력 발전 비율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아울러 김 후보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함께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전 비중을 대폭 확대해 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후보는 당 경선 후보 시절에도 원자력 발전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릴 경우, 전기요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력당국은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만 2023년 11월과 2024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반면 국민 부담과 물가 안정을 이유로 주택용과 음식점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2023년 5월 이후 동결된 상태다. 이에 산업계는 미국발 관세에 더해 전기요금 부담까지 겹쳤다며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 재계 "정권 따라 바뀌는 에너지정책, 산업에 부담...일관성 유지 필요"

하지만 이 같은 에너지 공약들을 두고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정권에 따라 극단적으로 방향이 바뀌는 에너지 정책이 관련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됐던 친원전 기조에 맞춰 대규모 설비 투자와 기술개발에 나섰던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전환으로 인해 사업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친원전 정책이 복원됐지만, 이미 붕괴된 공급망과 전문 인력 체계를 되살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이에 원전업계 및 재계에서는 이러한 반복이 산업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에너지 정책만큼은 정권 성향에 따라 휘둘리지 말고 일관성과 지속 가능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는 지난 15일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 변화가 잦아질수록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산업경쟁력이 약화된다"며 "정부가 장기적 산업정책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안정적 투자환경을 조성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 역시 원자력정책 등 국가 차원에서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에너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전은 한번 지으면 40년 이상 가동되고 원자력 사업에는 대규모의 자본이 소요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있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며 "정부의 정책 변화는 국가적인 비효율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자력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돼야 하며, 정책 변경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