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 5건 진행...여전한 '사법 리스크'
국힘 주자들, 잇따라 '윤석열 거리두기' 나서
근로시간·감세 등 주요 정책 공약 유사성 부각
차별성 없는 ‘표심용’ 경쟁만 남았다는 지적도

차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주요 후보들이 잇따라 공약을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주요 후보들이 잇따라 공약을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여야 주요 경선 후보들이 잇따라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선 초반 후보별 뚜렷한 차별점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가 정책보다 도덕성과 준법성을 둘러싼 인물 중심의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 與 후보들, 이재명 '사법 리스크' 공세…윤석열엔 '거리두기' 시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경선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경선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장동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는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는 5월에도 공판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 전 대표는 현재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1심)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1심) ▲위증 교사(2심) ▲법인카드 사적 유용(1심) 등 5건의 형사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 중이다.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주 2~3회 법정에 출석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는 최근까지 이어진 각종 차기 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보수·진보 진영을 통틀어 꾸준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지율은 30%대 중후반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며 현재 대선 '1강'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1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8명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1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8명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은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키며 '도덕성' 프레임을 집중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위험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괴물 정권이 탄생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고, 안철수 의원도 "도덕적 후보만이 이재명을 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12가지 죄목으로 재판받는 피고인과 맞설 후보는 김문수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 경선후보에 대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까지도 탄핵에 반대하는 등 친윤(친윤석열) 성향을 드러내 왔지만,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발언 수위를 조절하거나 선을 긋는 등 서둘러 입장을 전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당 내에서 핵심적 친윤계로 분류돼 왔던 나경원 의원은 지난 17일 1차 경선 토론회에서 "이제 대통령 선거에서 '윤심팔이'는 그만해야 한다”고 말하며 선 긋기에 나섰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금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건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했고, 양향자 전 의원도 "박수 받을 때 떠나라"는 말을 인용하며 윤 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겨냥했다.

다만 이런 '거리두기' 움직임이 실제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현재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군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맥을 같이했던 친윤계 또는 탄핵 반대파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중도 성향 주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안철수·한동훈 후보를 제외하면 사실상 윤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낸 후보는 거의 없다. 

◆ 주 4일제·감세 기조...갈수록 닮아가는 여야 '선거 공약' 

후보 개인의 과거 이력과 도덕성을 두고 치열한 검증전이 이어지는 것과 달리, 정책 공약에서는 여야 간 뚜렷한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주 4일제·4.5일제 도입을 둘러싼 공약 경쟁이 그렇다.

민주당은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이 전 대표는 2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AI(인공지능)와 첨단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주 4.5일제를 거쳐 장기적으로 주 4일제 국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역시 최근 주 4.5일제를 대선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총 근로시간은 줄이지 않되, 월~목요일에는 9시간씩 일하고 금요일은 4시간만 근무하는 방식으로 유연근무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당 관계자는 이 같은 공약이 민주당의 ‘근로시간 단축형’ 주 4일제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양당 모두 근로일수를 줄이자는 방향에는 공감하고 있어 실질적인 정책 차별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세 정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다. 우선 상속세 개편 문제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증세보다는 감세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상속세 공제한도 확대와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상속세 최고세율 유지 등 이른바 '초부자 감세'에는 선을 긋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유산취득세 전환, 자녀·가업상속공제 확대 등을 공약에 포함시키며 기존 당론을 바탕으로 한 전반적인 완화 기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여야 유력 후보들 모두 '이전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임기 내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이며, 김경수·김동연 후보 등도 지방분권과 국정 효율화를 위해 세종 집무실을 조속히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역시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청와대를 다시 집무실로 사용하자는 입장을 내놨고, 나경원 후보도 "국민 정서상 청와대 복귀를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동훈 전 대표 등 일부 후보들은 용산에서 당분간 업무를 이어가되, 이후 여론과 국가 운영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에너지 정책에서도 여야의 입장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최근 '실용주의'를 내세운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기존 탈원전 노선에서 일정 부분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15일 대전에서 원전산업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향후 SMR(소형모듈원자로)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 역시 지난 2월 국회 산업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더 이상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하며 변화된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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