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 원전 건설 누적손익 4천350억원서 722억원으로 줄어
누적 수익률도 2023년말 1.97%서 2024년말 0.32%로 급락
추가공사비 '1조4천억' 회계반영땐 "최종이익률 마이너스 전환"

한국전력공사의 재무구조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공사비로 더욱 악화하고 있다.
한전은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분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1조원대 추산 추가 비용의 일부 비용을 회계 장부에 반영했다.
한전의 바라카 원전 사업의 매출 대비 이익률은 추가 비용 반영 전 이미 0%대로 떨어진 만큼 이번 회계장부 반영에 따라 최종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바라카 원전 사업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 한전 재무 위기 탈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 등에 힘입어 8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전년보다 2조7310억원 늘어나 무려 205조18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한전 총부채 규모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2021년 이후 이어진 한전 누적 영업적자 규모도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로 일부 축소됐지만 여전히 34조7000억원에 달한다.
1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재무제표에서 1546억원의 '기타 충당부채'를 새롭게 반영했다. 충당부채는 과거 거래로 인해 지급해야 할 돈이 있지만,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갚을지 확실치 않을 때 우선 회계에 부채 형태로 미리 반영한 것을 말한다.
한전은 재무제표 주석에서 "UAE 원전 공기 연장과 관련해 계약 당사자와 공기 연장 비용 및 지체상금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당기말 현재 공기 연장 비용에 대해서는 경제적 자원의 유출이 예상되는 금액을 충당부채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한전이 언급한 '계약 당사자'는 한수원을 가리킨다. 한수원은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시운전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담당했으며 건설 과정에서 발주사인 UAE와 한전의 귀책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며 10억달러, 약 1조4000억원의 추가 비용 정산을 한전에 요구했다.
반면 한전은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확인된 비용을 정산해줄 수 있지만, 발주자인 UAE 측과 협의를 통해 '팀코리아' 차원에서 추가 비용을 정산받는 게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의 진전이 더딘 상황이다.
비록 충당 부채 형태이기는 하지만 한전이 UAE 원전 건설 추가 비용을 회계에 정식으로 반영하게 될 경우 향후 수익성 산정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무제표상으로 바라카 원전 사업이 대부분을 구성하는 한전의 'UAE 원전사업 등' 항목의 누적 수익률은 2023년 말 1.97%에서 2024년 말 0.32%로 급락했다. 누적손익도 4350억원에서 722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1년새 무려 83.4%인 3628억원을 까먹은 것이다. 여기에 한수원의 1조원대 요구 금액이 반영될 경우 최종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아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한수원에서 추가비용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전이 평가하는 금액과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한전-한수원간 정산 협상 등을 거쳐 최종금액이 확정될 것이므로 현 단계에서 사업손익 규모를 추정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수원은 한전과의 협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이 문제를 제소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한전 역시 현재 한수원 등 협력사들의 요청을 근거로 '팀 코리아'를 대표해 UAE 발주사에 추가 정산을 요구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한전이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UAE 측에서 추가 정산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