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신 호텔군 총괄대표 돌연 사임에 내부 기강문제 불거져

[핀포인트뉴스 문은혜 기자] 롯데에 내부기강 문제가 불거졌다. 그룹 주요사업인 호텔군 총괄경영을 맡고 있던 이완신 전 대표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작스럽게 사임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후임 인사가 이뤄지기도 전 사표가 수리되자 다른 개인적 사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호텔군 총괄대표 자리가 유독 자주 교체되자 롯데 내부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신동빈 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롯데홈쇼핑에서 호텔군 총괄대표로 자리를 옮겼던 이완신 전 대표가 1년도 안돼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이달 초부터 병가를 내고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다가 지난 12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전 계열사 임원들이 모이는 하반기 사장단 회의(Value Creation Meeting, VCM)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이 전 대표의 사표를 수리했다.
롯데는 최근 재계순위가 하락하고 계열사 신용도가 떨어져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2010년부터 줄곧 재계순위 5위를 유지하던 롯데는 올해 포스코에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내려앉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올해 자산총액은 129조7000억원으로 포스코그룹(132조1000억원)에 밀렸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 신용도까지 줄줄이 하락해 자존심을 구겼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또 롯데지주는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 롯데렌탈은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롯데캐피탈은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춰 ‘AA,안정적’, ‘AA-,안정적’, ‘AA-,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이런 와중에 주요 사업부인 호텔군 인사에 문제가 생기면서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롯데는 최근 내부 임직원들의 기강을 강하게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표면적으로는 건강 문제였지만 이 전 대표가 돌연 그만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 계열사 임원들에게 술자리나 골프, 접대 등 자리를 줄이고 비용도 타이트하게 관리하라는 명이 떨어진 것으로 안다”며 “임원들도 개인적인 처신에 신경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18일 진행된 VCM은 유독 엄숙하게 진행됐다. 이날 회의장에 들어선 80여 명의 임원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고 신동빈 회장과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취재진 앞에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 잦은 수장 교체, 멀어지는 호텔롯데 상장…신동빈 리더십 ‘타격’
신동빈 회장의 두터운 신뢰로 지난해 말 롯데홈쇼핑에서 호텔군 총괄대표로 영전한 이완신 전 대표가 돌연 사임하자 업계에는 온갖 풍문이 돌고 있다. 당시 인사는 신 회장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올 1분기 호텔롯데 실적을 흑자 전환시켰을 뿐 아니라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특명까지 안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건강 문제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성과로 내세운 호텔롯데의 1분기 흑자 전환이 사실 비용절감을 바탕으로 한 호실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호텔롯데는 올 1분기 연결기준(면세∙호텔∙월드) 35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1244억원 영업손실) 대비 흑자 전환한 것이다.
다만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10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원가와 판관비도 줄었다. 매출원가는 작년 1분기 7898억원에서 올해 6707억원으로 15%, 판관비는 8055억원에서 3970억원으로 무려 50%나 급감했다. 즉 1분기 실적은 사업부 성과라기보다 각종 비용 허리띠를 졸라매 얻은 결과라는 것이다.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는 불만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호텔, 면세 수요는 늘어나는데 마케팅 등에 쓰일 비용이 타이트해지자 실제 영업 현장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총괄대표의 잦은 교체로 그룹의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에도 안개가 끼고 있다.
현재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롯데가 일본의 그림자를 벗어나 완벽한 지주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계열사들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것이 필수다.
이 과제를 완수할 적임자로 신 회장은 이 전 대표를 발탁했으나 반년 만에 또 다른 인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롯데호텔 새 대표이사로 김태홍 롯데호텔 리조트∙CL본부장이 선임됐지만 호텔군 총괄대표를 맡을 후임은 결정되지 않았다. 호텔군 총괄대표는 롯데의 주요 사업임에도 최근 3년 동안 수장이 매년 바뀌는 수난을 겪고 있다. 이에 차기 대표를 선임하는 일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유독 공들인 인사에서 문제가 발생해 그룹 안팎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외부 인사도 써보고 내부에 정통한 롯데맨도 써봤지만 또 다시 공석이 된 호텔군 총괄자리에 누가 앉게 될지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