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하반기 사장단 회의 열고 중장기 경영전략 논의
위기 극복 위한 신동빈 회장 주문 쏟아져...임원들도 '긴장'

[핀포인트뉴스 문은혜 기자]
“국내 사업, 기존 사업 뿐 아니라 해외∙신사업도 고민하라.”
“매출, 이익 같은 외형 성장과 함께 현금흐름, 자본비용 관리도 강화하라.”
“투자할 때 투입되는 자원과 발생하는 수익을 동시에 고려하라.”
지난 18일 열린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 Value Creation Meeting)에서 나온 신동빈 회장의 주문들이다. 재계순위가 떨어지고 계열사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위기 속에서 이것도 저것도 포기할 수 없다는 신 회장의 절박함이 담겼다.
19일 롯데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VCM에 신동빈 회장과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와 각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해 그룹의 중장기 경영 전략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롯데 경영진들 표정에는 긴장이 가득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부터 롯데타워로 출근해 회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계열사 CEO들도 회의 1시간 전부터 침묵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롯데는 최근 재계순위가 하락하고 계열사 신용도가 떨어져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2010년부터 줄곧 재계순위 5위를 유지하던 롯데는 올해 포스코에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내려앉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올해 자산총액은 129조7000억원으로 포스코그룹(132조1000억원)에 밀렸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 신용도까지 줄줄이 하락해 자존심을 구겼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또 롯데지주는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 롯데렌탈은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롯데캐피탈은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춰 'AA,안정적', 'AA-,안정적', 'AA-,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상황이 녹록지 않자 신 회장은 이날 계열사들의 경영 실적을 직접 챙겼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가 올 상반기 경영 실적을 브리핑한데 이어 주요 사업군별 총괄대표가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경영진들의 보고가 끝나자 신 회장은 “과거의 경험을 고집하지 말고 지금에 맞는 성공 방식을 고민해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 회장은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비전과 전략에 부합하는 투자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 세 가지 경영방침을 제시하며 “위기를 돌파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신 회장이 올 초부터 강조해온 바다. 올해 신년사에서 신 회장은 “기존 사업 영역에서 고군분투한 것 이상으로 앞으로는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 달라”고 한 바 있다.
신 회장의 주문에 따라 롯데는 헬스 앤 웰니스, 모빌리티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과감하게 투자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30년까지 3개 메가 플랜트, 총 36만 리터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 시설을 국내에 세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있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1억6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롯데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무려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배터리 소재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롯데의 투자가 아직까지 성과가 아닌 부담으로 작용해 우려가 나온다.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이 떨어진 배경에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따른 과도한 부채와 이자 부담이 작용했다.
롯데가 전통적으로 강한 유통시장에서의 힘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커진 온라인에 대응하기 위해 각 계열사의 온라인 부서를 통합, ‘롯데온’을 선보였지만 네이버, 쿠팡 등에 밀려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숫자에 민감한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롯데가 처한 현재 상황에 예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위기 상황을 롯데가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