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5일부터 브라질산 닭 수입 금지 조치
닭고기 수급 불안 이어질 듯…업계 "상황 예의주시"

브라질의 양계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하면서 치킨과 급식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브라질 정부가 60일간 닭고기 수출을 중단한데 따른 것이다. 브라질산 닭고기가 우리나라 닭고기 수입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당분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작년에 우리나라가 수입한 브라질산 닭고기는 15만8000t(톤)으로 전체 수입량(18만3600t)의 86.1% 수준이다. 국내에서 작년 연간 소비된 닭고기가 80만1600t인데, 이중 브라질산이 19.7%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5일 브라질 남부 리우그란데두술주의 양계장에서 HPAI가 발생함에 따라 브라질산 가금육과 가금 생산물, 종란(병아리 생산을 위한 계란), 식용란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농식품부는 국내 닭고기 가공·판매 업체와 수급 회의를 열고 재고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브라질 닭은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왔다. 브라질산 냉장 닭고기는 ㎏당 1.4달러(약 2000원) 정도로 수출되는데 여기에 운송, 유통 마진 등이 붙으면 2700~3000원 전후로 가격이 책정된다.
브라질 닭고기 수입 중단이 장기화하면 공급 부족으로 결국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브라질 닭을 쓰던 업체들이 재고를 소진하고 나면 당장 국내산을 써야 하는데 국내산으로 수요가 몰리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치킨 업계는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순살 메뉴에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노랑치킨, 지코바 등은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맘스터치도 싸이버거 등 버거 일부 메뉴와 순살치킨류를 포함한 총 32개 메뉴에 브라질산 닭을 사용하고 있다.
BBQ, bhc, 교촌 등 치킨 빅3 중에서는 BBQ가 야구장 매장에서 일부 제품에 브라질산 닭고기를 쓰고 있다.
노랑치킨 관계자는 "우선 확보해둔 물량을 공급하면서 새로운 수입처를 찾거나 국내산으로 대체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치킨업계 관계자도 "통상 비축 물량이 있기 때문에 당장 어려움은 없다"면서도 "수입 금지가 장기화될 경우 가격 조정 요인이 되거나 순살치킨을 찾는 고객 수요가 줄어 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브라질산 닭고기를 주로 수입해서 쓰는 급식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브라질산 계육을 상당부분 수입하고 있어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태국 등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글로벌 유통망과 협의를 통해 공급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브라질산을 대체할 닭고기로 미국산, 태국산, 중국산 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 미국산 닭고기는 브라질산보다 생산원가가 3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