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연 130만건 소비자 구매 분석
"소비자·전통시장·대형마트 상생 필요"

지난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시행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경제인협회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연 130만건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휴업일에도 전통시장에서의 소비는 늘어나지 않았다. 대형마트가 쉰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반드시 전통시장을 찾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한경연은 농촌진흥청 소비자패널 자료를 이용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온라인몰, 슈퍼마켓의 식료품 구매 데이터를 분석했다. 한경연은 평일 의무휴업이 도입되기 전인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주말 식료품 구매액 분석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일요일) 전통시장의 평균 식료품 구매액은 610만원으로,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630만원)에 비해 오히려 낮았다.
유민희 한경연 연구위원은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더라도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기보단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거나 다른 날에 미리 구매하는 것을 선택한다"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적 유통채널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2015년과 202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식료품 평균 구매액을 비교해 보니, 전통시장 구매액은 오히려 55% 감소(1370만원→610만원)했다. 반면 온라인몰 구매액은 20배 이상 급증(350만원→8170만원)했다.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해진 셈이다.
대형마트의 판매지수도 줄었다. 2011년 1분기 114.2에서 지난해 4분기 92.0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쇼핑의 경우 21.8에서 135.3으로 폭등했다. 약 5년 전인 2020년을 기점으로 인터넷쇼핑이 대형마트를 추월했다. 근래 대형마트 주요 3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최근 10년간 대형마트 52곳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202곳이 폐업한 것이 그 방증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해외에서도 보기 드물다고 지적했다. 독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이 종교활동 보호 목적으로 일요일 영업시간을 제한한 적이 있지만, 소비 환경 변화에 따라 점차 완화하거나 폐지했다. 일본은 1973년 소규모 소매상 보호를 목표로 영업시간을 규제했으나, 소비자 불편과 유통업 불황으로 2000년 폐지했다.
유 연구위원은 "온라인, 대형마트, 전통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