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가스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첫 탐사시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석유공사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20일 새벽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km 떨어진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탐사시추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대왕고래 유망구조는 8광구와 6-1광구 북부 지역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돼 있고, 포항 동쪽 50km 이내에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가 공식적으로 첫 탐사시추 해역의 좌표를 공개한 적은 없지만, 자원개발업계는 이를 북위 35도52분57초, 동경 130도00분37초로 예상하고 있다.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 9일 부산 외항에 입항해 기자재 선적을 마친 후 17일 오전 시추 장소에 도착했고, 인근 해저면 시험 굴착 등 준비 작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1km 이상 해저 지형을 뚫어 암석을 채취할 예정이다.

시추 작업은 앞으로 약 40~50일간 진행된다. 시추 과정에서 확보한 시료로 암석과 가스 등의 성분을 분석하는 '이수 검층(mud logging)'은 미국 유전 개발 회사인 슐럼버거가 맡아 진행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중 1차공 시추 결과를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깜짝 발표'를 통해 직접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계획을 알렸다. 경북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가스와 석유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알아보기 위해 탐사공을 뚫어 실제 석유와 가스가 있는지 확인하는 시추 탐사에 나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여러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윤 대통령이 현재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로 직무 정지 상태에 빠진 데다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지난 10일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관련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국가 예산 506억원과 한국석유공사 500억원을 투입해 1차 시추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 출자금이 없어지면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한국석유공사가 회사채 발행 등으로 당장 이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일각에서는 현재 석유공사가 자본 잠식 상태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현 경영진이 들어선 이후 2022년과 2023년 각각 2조원, 8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올해도 1조2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 지원 없이도 첫 번째 시추를 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 번에만 1000억원가량 드는 사업비를 석유공사가 계속해서 부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초 정부와 석유공사는 성공 확률을 20% 정도로 보고, 최소 5번가량의 탐사 시추가 필요할 것으로 추측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공사 측은 1차 탐사 시추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외자 유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불안정한 정국과 예산 삭감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1차 시추에서 뚜렷한 가능성이 나와야 추가 사업 동력이 확보될 수 있는 만큼, 석유공사는 앞으로의 1차 시추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이번 시추는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탐사 방향을 수립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시추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