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심리 예정 탄핵안 8건 달해...국무위원 15명으로 줄어 의사 정족수 '위태'
김용현·박안수·여인형 등 군 주요 지휘부, '계엄군 연루'로 직무배제되며 '혼란'
관가 역시 복지부동 뚜렷...의료ㆍ연금 개혁 등 尹 중점 추진 사업도 방향 잃어
'2선 후퇴 번복' 윤 대통령·국무회의 참가 한덕수, 권한 행사 계속 여부 '미지수'

ㅅ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ㅅ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맞이 준비에 분주해야 하는 세밑에 국정 공백 위기를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12.3 계엄' 이후 사실상 '식물상태'에 놓였다. 국정정 사령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12.3 계엄' 이후 탄핵의 고비에서 인사ㆍ정책 등 권력행사를 제한받고 있다. 여기에 탄핵 소추까지 이뤄질 경우 윤 대통령은 직무에서 배제된다.  

한 총리는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도 계엄을 막지 못한 책임  원내 다수의석을 차지한 야당의 탄핵 소추 추진 대상 명단에 올랐다. 총리는 대통령 유고 또는 사고 때 대통령 권한대행 1순위다. 이런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돼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더라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지적됐다.     
당연히 행정부처 등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영이 설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국방장관 후보자 추전을 해도 당사자가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 운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대통령ㆍ총리와 장관 19명 등 21명으로 구성된 국무회의의 멤버가 15명으로 줄었다. 국무회의 의사 정족수 과반인 11명까지 겨우 4명만 남았다. 

정부조직법상 행정 각부 19곳 중 4곳의 장관  자리가 비었다. 법무ㆍ국방ㆍ행정안전 등 3개 부처 장관이 탄핵 또는 탄핵 직전 사퇴로 공석이다. 여성가족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장기간 장관 없이 유명무실한 부처로 남아 있다.

'12.3 계엄' 당시 계엄 사령관을 맡았던 육군참모총장 등 계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군 주요 지휘관들도 직무정지됐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안보와 경재민생를 누가 챙기냐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장관 공석인 부처의 경우 차관 등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지만 정국 불투명성이 커 당분간 신규 정책사업은 줄줄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정책은 정부의 국정방향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대통령, 총리, 장관 등 정책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됐으니 경제 민생 정책 추진의 올스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탄핵으로 직무정지된 고위직들이 대부분 안보, 치안, 민생과 직결된 중요 자리를 맡았던 인사들이다. 이에 자칫 안보, 치안, 민생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대립과 격돌에서 조속히 벗어나 조정과 타협으로 국정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일할 수 있는 정부 시스템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내 한 대학 교수는 "수사와 사법적 심판이 필요하면 수사 또는 사법 당국에 맡기고 정치권은 합리적인 정치 일정을 차분하고 신속하게 제시해 국민들이 혼란과 불안을 겪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탄핵 사건은 지금까지 총 7건이다. ▲ 박성재 법무부 장관 ▲ 조지호 경찰청장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 최재해 감사원장 ▲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 조상원·최재훈 검사에 대한 탄핵안 등이 현재 모두 헌재에 넘어와 있는 상태다. 이들은 모두 헌법 65조에 따라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때부터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지난해 접수된 손준성 검사 탄핵안도 여전히 계류 중이다. 헌재가 앞으로 심리해야 하는 탄핵안은 8건에 달한다. 윤 대통령이나 다른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비상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계엄 해제 이틀 만인 지난 5일 사임했고, 긴급현안 질의에서 비상계엄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이상민 행정안정부 장관 역시 탄핵안 국회 표결 이틀 전인 8일 스스로 사의를 표했다. 

특히 국방부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조직 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군 주요 지휘관들이 계엄군에 대거 연루되면서 직을 잃거나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미 사의 의사를 밝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도 직무가 정지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병력을 출동시킨 것으로 확인된 특전사 예하 이상현 제1공수여단장, 김정근 제3공수여단장, 안무성 제9공수여단장과 김현태 707특임단장, 김세운 특수작전항공단장, 수방사 예하 김창학 군사경찰단장은 출국금지됐다. 

이처럼 탄핵소추로 인한 직무정지와 사의 표명 등으로 주요 고위공무원들과 장관들의 자리는 '사실상' 공석이 됐다. 물론 관련법에 따라 각 기관들은 직무대행자 체제로 전환한 상태지만 지휘체계의 불확실성 등 한계는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일순간에 책임자를 잃은 중앙부처 관계자들 역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내년 계획과 정책을 짜야 하는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탄핵 정국이 모든 것을 뒤흔들어놨다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던 ▲ 의료개혁 ▲ 국가 4대 전략기술 사업(바이오산업 육성 정책) ▲ 국민연금 개혁 ▲ 원전 생태계 복원 ▲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주요 정책들의 대다수가 표류할 위기에 놓여 있다. 국회 운영 공백도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 반도체특별법 ▲ 전력망 확충 특별법 ▲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등 각종 경제 관련 법안들도 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또한 일각에서는 군·검·경 등 안보와 치안을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라지면서 민생 안전과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12·3 비상계엄' 사태의 주요 인물인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나흘간의 '칩거' 상태를 깨고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말하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윤 대통령은 법률안과 대통령령 42건을 재가하고 국회에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요청하는 등 인사권·행정권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 7일 대국민 사과 담화에서 선언한 '2선 후퇴'를 사실상 번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당장 내일(14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당장 직무가 정지되는 만큼, 이 같은 행보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윤 대통령을 대신해서 국정 운영에 나선 한 총리 역시 지난 10일 경찰에 피의자 소환을 통보받는 등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한 총리는 앞서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문에서 국무회의 참석 당시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면서도 "(당시 열린 국무회의에) 절차적, 실질적 하자가 있었고, (계엄 선포)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며 "(스스로 내란 공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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