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자동부의제' 폐지 담은 국회법 개정안, 야당 주도로 본회의 통과
10년 만에 '국회 선진화' 이전 회귀 위기...대통령 거부권 없으면 확정돼
"예결위 조정소위, 1차 감액 심사 끝나고 증액 심사 논의...보류 안건 多"
與 "특활비 삭감, 이재명 보복"...野 "김건희 여사 관심사업 삭감 추진"
보류 예산, 비공식·속기록 없는 '소소위'로 넘어가..."의사결정 불투명" 지적

ㅓㅂ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 소위원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제8차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ㅓㅂ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 소위원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제8차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의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12월 2일) 내 처리를 위한 마지막 안전 장치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에 일에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어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국회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 및 예산 부수법안 자동부의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이날 국회법 개정안 표결 결과 재석 272명 중 찬성 171명, 반대 101명이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 예산심사 법정 기한이 지나도 새 정부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지 않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가 예산심사 기한인 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원안과 세입부수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이런 자동 부의제를 폐지하고,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하게 했다.
이 국회법 개정안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없이 공포될 경우 예산안 및 부수 법안 자동 부의제는 도입 10년만 폐지되는 것이다. 

국회법의 예산안 및 부수 법안 자동 부의 조항은 2014년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 도입 당시 포함된 내용이다.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여야가 예산안을 둘러싼 힘 겨루기로 해마다 법정 처리시한을 넘기는 위법행위를 반복하자 이를 막기 위한 '국회 선진화' 차원에서 스스로 마련한 규정이다.
그러나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법정 시한을 지킨 경우는 단 두 번뿐이다.
이에 따라 이번 법 개정안이 확정되면 새해 예산안을 법정처리 시한내 처리하지 못하는 위법 구태가 더 자주 재연될 수도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권 강화를 내세워 전날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바 있다.

정부·집권 국민의힘은 이 개정안이 국회 선진화법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고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위배한다며 법안 처리를 반대했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가뜩이나 약 677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는 여야간 첨예한 입장 차이에 따라 법정 처리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올해도 새해 예산안 관련 '지각 심사·밀실 심사'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 및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는 17개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를 거친 내년도 예산안의 1차 심사를 마무리한 후 증액 심사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예결위 관계자는 핀포인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25일 1차적인 감액 심사가 끝났다"며 "의견 차로 보류된 건들이 있어 1회독을 마쳤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증액 심사와 관련해서는 "26일부터 소위원회에서 증액 심사 방향성과 관련된 논의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중"이라며 "증액 사업 필요성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검토 의견을 듣고 계속 진행하자는 방향으로 회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예산소위는 지난 18일부터 가동을 시작했지만 처리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아직 잠정 합의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여야 위원들은 각종 쟁점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와 김건희 여사 관련 공방이 계속되면서 주요 안건들을 모두 '보류' 처리하는 형국이다.

지난 25일 소위원회에서는 야당 주도로 전액 삭감된 대통령실·경찰 특수활동비 예산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심사가 보류됐다. 이 밖에 ▲ 정부 예비비 ▲ 대왕고래 프로젝트 ▲ 원전 ▲ 서울-양평 고속도로 등에 대한 예산 심사 역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수사기관 특활비 삭감이 이재명 대표 수사나 민주당 장외 집회 대응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 등 야당은 대통령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사업과 마음건강지원사업 등 이른바 김건희 여사 관심 사업들에 대한 삭감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예산소위 위원들이 '보류'하게 된 예산들은 예결위 전체회의 전까지 예결위원장·여야 간사·기획재정부 관계자·국회 예결위 직원 등 소수 인원만 비공개로 참여하는 '소(小)소위'에서 논의되게 된다.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비공식 논의 창구로, 비공개로 진행되며 속기록도 남기지 않아 '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소소위 내부에서 이뤄지지만 일부 위원들을 제외하고는 증·감액의 이유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다.

감사원 역시 26일 '국고보조금 편성 및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소소위에 대해 "의사 결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어 제3의 기관이나 일반 국민이 이를 검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예산 심사 막바지에 끼워넣어지는 '쪽지 예산'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사업의 타당성보다 특정 이해관계를 우선해 예산안이 짜일 우려가 있고, 의원들의 쪽지 예산 상당수가 보조금법 등 국가재정 법령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편성된 불법 예산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252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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