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방위, 11일 울산·경주 지역 방문해 원전 방폐장 점검 나서
'원전 르네상스'론 나오고 있지만...핵폐기물 처리시설은 포화 상태
21대 국회서 법안 처리 불발...저장시설 용량 놓고 여야 의견 갈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1일 국정감사의 일환으로 방사성폐기물처리장 현장 시찰에 나섰다.
이에 여야가 그간 법안 취지에 공감하면서 오랫동안 국회 처리를 못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안(이하 '고준위 특별법')이 이날 현장 시찰을 계기로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가 친원전과 탈원전으로 여전히 팽팽히 대립하면서 고준위 특별법 처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특별법안에 고준위 방폐물 저장 용량을 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 여부에 따른 저장용량 차이에 대해 여야가 다른 입장이다.
여당은 원전 수명연장을 전제로 처리장의 저장용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원전 수명연장 불가한 만큼 처리장 용량을 기존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서성폐기물 예측량에 그쳐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과방위의 이날 현장 시찰은 22대 국회 들어 새로 원 구성돼 첫 국감의 한 일정으로 추진된 만큼 여야 간 입장 차이를 다소나마 좁힐 수 있는 자리가 된 것으로 분석됐다.
◆ 2030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차례로 포화
최근 신한울 3·4호기가 착공되고 해외에서 잇따라 원자력발전소 수주 관련 소식이 들려오며 '원전 르네상스'론이 무르익고 있다.
국내에서 원전은 전력 수급의 30% 이상을 도맡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에너지원이지만, 발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987년 원자력발전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양은 올해 2분기 기준 1만9300톤에 달한다. 사용후핵연료란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되고 남은 후에도 강한 방사능과 열을 내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다. 당연히 지정된 장소에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시설이 없어 많은 양의 핵폐기물이 원전 부지 내에 그대로 남아 있다.
대부분의 원전은 많게는 50년 가까이 부지 내 임시 저장 수조에 핵폐기물들을 보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곧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부터 한빛·한울·고리 원전 순서로 저장 수조들이 차례로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달 12일 "2030년부터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가 예정되는데,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전가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며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 21대 국회서 통과 못한 고준위 특별법안, 이번에는?
이에 따라 핵폐기물을 지하 500미터 공간에 별도로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시설(이하 '고준위 방폐장')'을 건립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16년과 2021년에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원전을 두고 찬반양론이 계속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고준위 특별법의 제정이 늦어지고 있다.
제21대 국회에서도 관련 특별법이 발의된 바 있다. 여야는 입법형식이나 기본계획 수립 방식 등 대략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나 관리시설 확보 등의 쟁점에서 의견이 갈렸다.

여당은 향후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음을 전제로 저장시설의 용량을 정할 것을 주장했으나, 야당은 이것이 자칫 원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원전의 최초 설계수명이 종료되면 저장 용량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결국 합의가 불발되면서 해당 법률안은 끝내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고준위 특별법 제정안이 5건 제출됐다. 국민의힘 김석기·이인선·김성원·정동만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이를 각각 대표발의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늘 국회 과방위 위원들이 울산과 경주에서 국정감사 현장시찰을 진행했다. 과방위 위원들은 새울원전 3호기와 월성원전을 점검하고 방폐장 시찰에 나설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올해 연말에 있을 입법 국회에서 고준위 특별법이 처리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상황이고, 지난 국회에서 고준위방폐장 마련에 대한 공감대는 여야 간에 이미 형성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준위 방폐장이 지금부터 건설을 시작한다고 해도 최종 완성까지 최소 37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원자력 산업이 큰 주목을 받고 있고 전력 수요량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고준위 특별법과 관련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