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사퇴 포함한 책임” 언급한 만큼 용퇴 가능성에 무게
우선심사제 폐지 후 첫 공모…내·외부 후보 동등 조건서 경쟁
보상 범위 확대한 '전 국민 유심 무상 교체'도 이날 안건 올라

김영섭 KT 대표의 거취가 오늘(4일) 이사회에서 판가름난다. 무단 소액결제 사태 이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연임 여부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 추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KT는 정관에 대표이사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까지 차기 후보군을 구성하도록 돼 있다.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이에 따라 회사는 이달 중 차기 CEO 공모를 시작해 내년 3월 주총 전까지 새 대표를 확정할 계획이다.
차기 대표 선임 절차는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주도한다. 위원회는 사내외 후보군을 구성한 뒤, 서류 및 면접 평가를 거쳐 최종 후보 1인을 추천한다. 선발된 후보는 정기 주주총회 공고 전까지 확정해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최종 선임된다.
현직 대표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우선심사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우선심사제는 현직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별도 공모 없이 우선 심사를 받도록 한 제도였지만, 공정성 논란으로 2023년 폐지됐다. 이에 따라 이번 공모에서는 김 대표를 포함한 내·외부 모든 후보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이날 이사회에서 연임 포기 의사를 공식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지난달 국정감사 출석 당시 그는 “총체적 경영 책임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의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며 “사퇴를 제외한 것이 아닌, (사퇴를) 포괄하는 책임”이라고 밝혔다. 연임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11월 초 새 대표 후보 선임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안다”며 “곧 있을 이사회에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거취 논란을 단순한 개인적 책임 문제로만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돼 온 KT의 ‘관치 인사’ 관행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KT는 특정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 구조의 민간기업이지만, 이런 구조 탓에 정권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내부 출신인 구현모 전 대표 역시 연임 절차를 밟던 중,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문제 삼은 윤석열 정부의 압력 속에 연임을 포기했다.
김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차기 대표이사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3년 대표 공모 당시 김 대표와 함께 최종 후보군에 올랐던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과, KT에서 23년간 근무하며 통신망 관리·품질경영·IT 혁신 등 핵심 부문을 두루 거친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등을 유력 후보로 점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안 사고 이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AI나 플랫폼 사업 확대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차기 CEO는 기술 혁신보다 ‘안전한 통신사’라는 기반을 먼저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KT 이사회에서는 무단 소액결제로 피해를 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상 범위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달 21일부터 피해 고객에 대해 위약금 면제와 유심(USIM) 교체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가입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유심 무상 교체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김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전 고객 대상 유심 교체 준비를 마무리 단계”라며 “지난번처럼 (대기 줄이 늘어서는)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재고 확보 등을 준비해야 한다. 이사회에서 의결되면 시행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