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교체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 추격에 실적 악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삼성 ‘TV플러스’, MAU 8800만명 돌파·전년 比 30% ↑
LG ‘채널’, 29개국 4000개 채널·美 시청 시간 45% 증가
전문가 “시청자 거부감 낮추는 혁신적 광고 모델 필요”

TV 사업에서 고전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사 스마트TV를 기반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TV 사업에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의 TV사업부를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LG전자의 미디어엔터네이먼트(MS사업본부) 2분기 영업손실 191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글로벌 수요 둔화가 있다. 관세 정책과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TV 교체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0.1% 감소한 2억87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제조사들은 저가 공세를 통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량 기준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은 31.3%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계 점유율(28.4%)을 넘어섰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삼성과 LG가 돌파구로 삼은 것이 바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광고 요금제와는 달리 별도 이용료가 없고, 이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선택해 보는 방식이 아니라 편성표에 따라 송출되는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특징이다.
FAST는 국내에서 인터넷TV(IPTV)·케이블TV(SO)가입이 일반화돼 있어 이용률이 낮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옴디아는 글로벌 FAST 시장 규모가 2023년 약 63억달러(약 8조7000억원)에서 2027년 120억달러(약 16조6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FAST를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미 전 세계에 보급된 수억 대의 자사 스마트TV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광고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FAST 플랫폼 ‘삼성TV플러스’는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TV플러스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지난해에는 MAU가 880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콘텐츠 강화를 위해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FAST 플랫폼 ‘LG채널’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29개국에서 4000여개 채널을 제공 중이며, 올해 상반기 연결 기기 수는 전년 대비 30%, 시청 시간은 45% 늘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채널 수가 400개를 돌파하며 주요 매출처로 자리 잡았다. LG전자는 2027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프리미엄 콘텐츠를 확보하는 등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한펴 정부도 FAST 확산을 지원하며 기업들의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FAST를 국가 콘텐츠 수출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는 동시에 방송 산업 혁신의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위해 FAST-TV 채널 20개 개설을 목표로 지난달 6개 AI 컨소시엄에 8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 콘텐츠를 외국어로 더빙하고, 해외 시청자를 겨냥한 FAST-TV 채널을 운영해 관련 콘텐츠를 송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FAST가 뿌리내리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IPTV와 케이블SO 등 유료방송 요금이 해외보다 저렴해 소비자들이 굳이 FAST를 선택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적다 보니 광고 시장도 활성화되지 못해, 상당수 채널은 자체 광고로 편성을 채우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FAST 산업이 국내에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광고 생태계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플랫폼 특성 상 광고를 필수적으로 시청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이용자의 거부감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예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미디어광고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FAST와 광고 기반 OTT의 성장 가능성 진단’ 보고서에서 “FAST 채널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먼저, 광고에 관한 관점 변화가 필수”라면서 “AI PPL, 시청을 북돋는 프로그램 앞뒤 광고, 나아가 광고와 커머스의 결합 등 기존 문법을 버리고 경계를 깨뜨리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