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배럴달 130달러까지 급등 전망
미국·캐나다산 원료, 대체 도입선으로 주목

국내 정유사 CI. 자료=각 사 제공
국내 정유사 CI. 자료=각 사 제공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현실화되자 국내 정유 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한국이 원유 수입의 72%를 중동산에 의존하고 이 중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여서다.

업계에서는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13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기에 정유사들의 정제 마진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직접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 의회는 미국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22일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는데, 봉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는 석유 공급 차질로 발생 가능한 유가와 운임 상승에 따른 물류비 대란, 글로벌 수요 둔화 등 악영향을 우려하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특히 정유업계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에 가장 민감한 상황이다. 미국의 공격을 받은 이란이 해협 봉쇄에 나서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통상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와 국내에서 정제한 뒤 수추하는 과정을 거쳐 수익성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장기 계약 대비 비싼 가격으로 원유를 사야 한다.

실제 이란-이스라엘 분쟁 전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주 국제유가는 70달러 대까지 상승했으며, 배럴당 13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산과 캐나다산 원유 도입이 중동산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15.7%로 증가했으며, 이는 2016년 0.2%에서 급증한 수치다.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 및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그러나 미국산 원유는 중동산에 비해 운송비가 높고, 국내 정유설비는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어 가공 효율성에 차이가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로 인해 미국산 원유의 도입 확대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캐나다산 원유도 주목받는다. 최근 캐나다의 TMX(Trans Mountain Expansion) 파이프라인이 확대되면서, 캐나다산 원유의 아시아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정유사들도 이 경로를 통해 캐나다산 원유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GS칼텍스와 SK에너지는 캐나다산 원유를 구매하여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캐나다산 원유는 중동산과 비교하여 품질이 유사하며,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대체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운송 인프라의 확장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체 원유 도입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품질과 가격 경쟁력, 운송비 등의 요소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져 석유 제품 가격 인상이 원유 가격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정제 마진이 축소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 단기적인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 예상되며,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와 가격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며 "정유업계는 향후 중동 정세의 변화에 따라 공급망 전략을 재조정하고, 가격 정책을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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