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임시주총 열고 정정훈 전 기재부 세재실장 사장 후보로 확정
3년 만에 다시 '기재부 출신'...야권 중심으로 '알박기 인사' 비판 발생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새 사장 내정을 두고 '모피아'(기획재정부+마피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캠코가 조기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 기재부 출신 인사를 신임 사장 후보로 선출하면서 전형적인 '알박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지적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최근 ''기재부 왕노릇' 발언 이후 민주당을 중심으로 '기재부 쪼개기'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주목받고 있다.
캠코의 새 사장 후보 선임 절차는 사장 최종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궐위' 상태인 대통령 직무대행 체제에서 이뤄졌다. 새 사장 공모는 최상목 부총리겸 기재부 장관이, 캠코 주주총회 선임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각각 대통령 직무대행직에 있을 때 이루어졌다.
한덕수 대행 총리와 최상목 부총리는 모두 모피아로 분류된다. 한 대행과 최 부총리는 각각 행정고시 8회와 29회로 기재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정통 경제관료다. 앞서 한 대행은 경제부총리를 역임했고 최 부총리는 기재부 1차관을 지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전날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정훈 전 기재부 세제실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확정했다.
정 전 실장은 기재부 내에서도 손꼽히는 조세정책 전문가다.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조세정책과장, 재산소비세정책관, 소득법인세정책관, 조세총괄정책관 등 세제실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23년 7월부터 최근까지는 세제실장을 맡으며 조세정책을 총괄해왔다.
캠코는 지난해 11월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사장 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권남주 현 사장(26대)의 임기가 올해 1월까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 등으로 절차가 올스톱됐고, 올해 3월 사장 모집 공고를 내며 인선을 재개했다.
이로써 캠코 사장직은 2021년 10월 문성유 전 사장 퇴임 이후 약 3년 만에 다시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에게 돌아가게 됐다. 실제로 1999년 말 성업공사가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이름을 바꾼 이후 임명된 사장 8명 가운데 6명이 기재부(구 재경부) 출신일 만큼, 기재부 중심 인사는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캠코는 금융위원회 소관 준정부기관이지만 예산과 정책 집행 구조상 기재부와의 협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직전 사장인 문창용(24대)과 문성유(25대) 역시 각각 세제실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알박기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캠코 수장 임기가 3년인 점을 고려했을 때, 새 정부의 인사권을 사실상 차단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가 새 정부와의 정책 엇박자나 조직 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랴부랴 인선 절차를 진행하는 이유가 너무 노골적"이라며 "정권이 바뀌기 직전에 급하게 인사를 밀어붙이는 건 대놓고 윤석열과 한덕수의 잔재를 박아두려는 정치적 테러"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캠코 상황을 살펴본 결과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해 상당 기간 준비를 해왔다"며 탄핵 결정 이전부터 사장 인선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절차가 늘어질 경우 새 정부로 넘어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또 늘어질 것"이라며 "훌륭한 사람으로 추천이 된다면 절차가 진행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인선이 지연되면서 사장 임명권자에도 여러 차례 변동이 생겼다. 캠코 사장은 후보가 선정된 뒤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초 공모 당시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임명권이 있었다. 이후 한 총리가 직무에 복귀하며 임명권이 다시 넘어갔지만, 최근 그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최종 임명권자가 또 다시 변동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캠코 인사를 계기로 다른 금융 공공기관 인사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서민금융진흥원과 기술보증기금 등은 기관장 임기가 이미 만료됐지만, 후임 인선 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오는 6월에는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임기도 종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