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사 PB상품 매출 10% 넘어
PB 사업 수익성 낮아 중견업체들 '보수적'

이마트 노브랜드 매대에서 한 소비자가 PB상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이마트)
이마트 노브랜드 매대에서 한 소비자가 PB상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이마트)

고물가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짠물 소비'가 확산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제조를 위탁하지만 유통과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이 PB의 장점이다. 예컨대 팔도와 삼양식품에서 라면을 제조하지만 이마트 상표를 붙이면 가격은 절반 가까이 저렴해지는 식이다.

다만 시장 우위에 있는 대형 유통사들의 대대적인 PB상품 확대로 상거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 급상승하자 PB 매출 '고공행진'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 오르며 3개월 연속 2%대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6% 올랐는데, 지난해 1월(3.2%)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커피(8.3%)와 빵(6.3%) 등 원재료값이 오른 품목들의 가격 인상폭이 컸지만, 업체들이 정치적 혼란에 정부의 관리가 느슨한 틈을 타 줄지어 가격을 올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물가 상승으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자, PB 상품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이마트를 비롯해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PB상품 매출은 10~13%로 두자릿수 신장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롯데마트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8% 감소했으나 PB 상품 매출은 늘었을 정도다.

편의점도 PB 상품이 인기다. 전체 매출에서 PB상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CU와 GS25, 세븐일레븐 매출에서 PB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8%, 29.1%, 30%에 달했다. 2022년 26~27%에서 매년 PB 비중이 커지고 있다.

CU가 2021년 출시한 초저가 PB 브랜드 '득템'은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5000만 개를 넘어섰다. GS25에서 인기 PB 상품 '리얼프라이스 닭가슴살'은 지난 한 해동안 350만 개 팔렸다.

사진=BGF리테일
사진=BGF리테일

온라인 공세도 심상찮다. 대표적으로 쿠팡의 경우 PB 전문 자회사 씨피엘비(CPLB)를 따로 두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이 1조 901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98억원으로 1년 새 13.5% 증가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만두나 즉석밥 등 주요 인기 구매 식료품은 일반 대기업 제조상품(NB)보다 30~40% 이상 싸게 판매하거나 물가를 역주행한 상품도 많다"고 말했다.

◆넘치는 PB상품, 유통 생태계 혼란  

유통사들은 PB상품이 대부분 중소 제조사들과 협력하고 있어 상생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시장 우위에 있는 대형 유통사들의 대대적인 PB상품 확대로 상거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PB 납품으로 기사회생하는 중소 제조업체들도 있지만 중견 제조업체들은 PB에 보수적이다. PB 제품 생산으로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PB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낮다보니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PB 사업에 합류하는 제조업체들이 대부분 업계 1위보다는 2~3위 사업자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중견 제조업체 관계자는 "PB 상품의 경우 수익성이 안 좋다"며 "그래도 PB 생산하는 이유는 추가적인 매출 상승과 어느정도 (유통사와의) 관계 유지 차원"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과거 공공연하게 이뤄졌던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자제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PB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가성비 뿐 아니라 '품질'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PB라면은 스프에서 몇가지 걷어내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서도 "최근 소비자들은 맛이 없으면 소비를 하지 않는 경향이 높아 PB상품도 품질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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