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지난해도 역대 최대 매출 경신
면세 업황 악화와 패션 부진은 해결 과제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지난해 10월 승진 이후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9년 여간 정 회장이 진두진휘해 온 백화점 부문은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순조로운 첫 발을 내딛었다는 평가다.
다만 면세와 패션 부문의 부진은 정 회장이 실적 개선을 해야 할 우선 과제로 꼽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총매출액은 11조4974억원으로 3.3% 증가했다.
특히 백화점 사업은 지난해 총매출이 전년 대비 2.8% 상승한 7조243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별도 법인인 광주·대구·대전 신세계백화점 실적을 합산한 수치다. 백화점 영업이익은 4055억원으로 7.8% 감소했다. 통상임금 추정 부담금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신세계백화점 측 설명이다.
이 같은 실적은 정 회장의 '공간 혁신'이 시장에서 통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강남점 스위트파크를 시작으로 하우스 오브 신세계, 대구점 스위트파크, 본점 신세계스퀘어 등 새로운 공간을 선보였다.
또 강남점 남성 럭셔리 전문관 확장, 센텀시티 스포츠 슈즈 전문관, 타임스퀘어점 패션관 등을 리뉴얼하며 트렌드에 부합하는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그 결과 강남점은 2년 연속으로 거래액 3조원을 돌파했고, 센텀시티는 지역 점포 최초로 전국 백화점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면세·패션, 체질개선 고삐…과제는 '성장기반 마련'
다만 정 회장 입장에서 면세와 패션 사업의 부진은 뼈아프다.
우선 면세 사업의 경우 업계 큰 손으로 불리는 중국 수요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객단가가 높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단체관광객(유커) 발길이 줄어들고 FIT 비중이 늘어나면서 외형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연령층도 낮아지면서 면세점보다 다이소·올리브영 등 체험형 매장에 발길이 늘어나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면세점 매출은 원화 기준으로 전년 대비 신장이지만 달러 기준으로 3년 연속 감소세다. 지난 2021년 155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2년 137억달러 ▲2023년 105억달러 ▲2022년 104억달러로 매출이 점차 줄고 있다. 연 매출 25조원에 육박했던 2019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매출이 2조60억원으로 4.7% 늘었으나 영업손실 3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공항 매출 부진과 임차료 부담 증가, 부산점 철수에 따른 희망퇴직 비용 등을 반영한 결과다.
올해 신세계디에프는 인천국제공항 내 럭셔리 브랜드를 추가 오픈해 경쟁력을 높이고, 부산점 폐점을 비롯한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다만 자회사인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을 청산할 경우 매출 공백을 메우는 것은 향후 정 회장의 해결 과제로 남는다.
또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086억원, 2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와 45% 감소했다. 올해는 K-뷰티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하고,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통해 저효율 브랜드를 정리하는 대신 글로벌 인기 브랜드 '더로우'와 '피비파일로' 등을 확보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더불어 고강도 체질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자체 브랜드의 리브랜딩을 추진해 내실 다지기에 힘쓸 예정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사업부 철수 및 따이공 경쟁체제 완화로 수익성 개선을 예상한다"면서도 "소비환경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감가상각비 증가와 주요 종속회사(신세계인터)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