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들 누적적자 커지며 완전 자본잠식
구영배, 정산 지연 대책 마련하러 한국 들어와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이 최근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연달아 터지면서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큐텐이 앞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위시, AK몰 등 무리하게 추진한 인수합병 후폭풍이 터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보름 넘게 이어지면서 입점 판매자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과 현대홈쇼핑, GS리테일, 신세계, CJ ENM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을 이미 내린 상태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교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 역시 티몬과 위메프에서 여행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하나투어의 경우 현재 정산받지 못한 금액만 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산 지연 사태는 미국 기반의 글로벌 쇼핑플랫폼 '위시' 인수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고객이 결제하면 대금을 보관했다가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하는 방식이다. 큐텐이 지난 2월 위시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 등 계열사 현금을 동원하면서 판매자에게 제때 정산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티몬과 위메프 측은 "지난해 5월 대금 정산 주기가 일주일에서 한 달로 바뀌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을 늘어놨다.
평소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구영배 큐텐 대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귀국해 해결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는 2010년 이베이와 51대 49로 합작해 싱가포르에 지오시스를 설립한 뒤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을 창업했다.
큐텐은 일본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2019년에는 인도의 오픈마켓 '샵클루스'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구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2년 티몬을 인수한 뒤 지난해 위메프와 인터파크, 올 들어 2월엔 위시를 인수하고 이후 AK몰도 사들였다.
구 대표가 잇달아 인수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을 위한 포석이란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목표했던 6월 상장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추가 상장 여력이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큐텐은 큐익스프레스를 통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는데, 플랫폼과의 연계성을 고려할 경우 동 성장세도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 온라인쇼핑업체 재무구조가 취약(자본잠식)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티몬은 이미 2017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2022년 재무제표 기준 유동자산은 1309억6000여만원인데, 유동부채가 7193억3000여만원에 이른다.
위메프의 작년 말 기준 유동부채는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617억원)의 5배에 이른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등 큐텐그룹 계열사의 파트너사는 모두 6만곳이다. 이들 3개사의 연간 거래액은 2022년 기준 6조9000억원에 이른다.
대금 지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돼 금융권과 공정거래위원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부도 가능성도 제기된다.
티몬·위메프 등이 파산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파산관재인이 남은 자산을 관리하면서 매각을 추진해 투자자와 미수금이 있는 판매자들에게 자산을 배분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선 피해자들과 소송 등 분쟁이 다수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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