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그룹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홍역을 치뤘다. 가격 인상 시점을 두 차례나 유예한 탓이다.
지난달 31일 예정됐던 제품 가격 인상은 이달 4일로 미뤄졌다. 당초 지난달 24일로 잡았다가 8일이나 늦췄는데 또다시 나흘 연기하게 된 것. BBQ는 지난달 31일 가격 인상 시점을 늦춘 이유에 대해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유예한다"고만 말을 아꼈다. 앞서 '정부 요구에 인상 시기를 한 달 늦춘다'고 연기 배경을 설명했던 롯데웰푸드와는 대비를 이뤘다.
이런 과정에서 가격 인상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소비자들의 날 선 비판은 고스란히 BBQ로 돌아갔다. 소비자들은 "곧 가격이 오르니 지금 당장 치킨을 사먹으라는 거냐"며 가격 인상 유예에 대해 BBQ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내놨다.
BBQ 내부적으론 인상 충격을 완화하려고 총 110개 제품 중 56개 제품 가격은 동결하고, 31개 제품에 대해선 증량해 가격인하 효과를 주는 등 나름대로 셈법도 동원했지만 부정적인 화살만 꽂힌 셈이다. 식품·외식업체가 가격을 인상한다고 했다가 계획을 두 차례나 연기한 것이 이례적이어서 더 관심이 쏠린 것도 있다.
BBQ의 이 같은 가격 인상 번복은 결국 고물가 시대 물가안정을 외치고 있는 정부 '압박' 때문으로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BBQ 측에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을 늦춰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BBQ 입장에선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을 터.
언론에선 연일 "월급빼고 다 올랐다"며 고물가에 방점을 찍고 있고, 소비자단체들 역시 가격 인상 자제를 목소리 높여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 3년 동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치(2.7%)보다 0.1%포인트 높았다. 지난 3년 동안 외식 물가 부담이 다른 품목들에 비해 그만큼 더 컸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고물가 잡기에 나서는게 정부의 역할이고 물가안정에 대한 성과를 내야하는 의무와 책임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아는 바다. 최근 외식업계를 향해 전방위적인 행보를 보이며 물가안정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농식품부 장관의 행보도 눈물겹다. 어려운 고물가 시대에 오죽하면 업체들에 일일이 인상 자제 요구까지 할까.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격 인상 시점을 며칠 미룬다고 물가안정을 체감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란 비난만 쏟아낼 뿐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가격 인상 요인이 되는 원재료 수급 문제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물가관리의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인지하길 바란다.
전날 농식품부 장관은 서울 중구의 롯데리아 지점을 찾아 물가안정을 명분 삼아 가격 인상 자제에 동참해 줄 것을 또 호소했다. 그러면서 "식재료 가격안정, 인력난 해소 등 외식업계 경영부담 완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관의 공언처럼 가격 인상 자제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도출되길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