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3조 클럽'…맥주 시장점유율 3%대 그쳐
음료사업부 특화 이력 주류 사업선 '발목' 지적도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사진=롯데칠성음료)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사진=롯데칠성음료)

[핀포인트뉴스 구변경 기자] 취임 4년차를 맞는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종합음료기업 최초로 매출 '3조 클럽' 입성에 성공했지만 주류 부문의 부진을 털어내지 못한 탓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3조2247억원으로 전년대비 13.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107억원으로 전년(2229억원) 대비 5.5% 감소했다.

지난해 롯데칠성의 매출 성장을 이끈 것은 음료 부문이 주효했다. 지난 2020년 11월 말 내정된 박윤기 대표의 '헬시 플레저'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음료 부문 1∼4분기 누적 매출은 4.6% 증가한 1조953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겨울 갑작스러운 추위에 영업환경이 악화했지만 매년 커지는 제로칼로리 제품 위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간 덕분이다.

탄산 카테고리는 지난해 상반기에 선보인 밀키스제로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2.7% 증가했다. 미국, 일본, 동남아 등 50여 개국에 밀키스 등 다양한 음료 브랜드가 수출되며 수출 실적도 전년 대비 11.6% 늘었다.

건강을 중시하는 식생활 변화에 따라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매출은 2021년 890억원, 2022년 1885억원, 지난해 2730억원 등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도 약 10% 증가한 3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주류 부문은 소주를 제외한 맥주 사업의 부진이 뼈아프다.     

우선 소주의 경우 '새로'는 지난해 1256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메가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는 같은 기간 롯데칠성의 전체 소주 매출(3387억원)의 37.1%를 차지하는 규모다. 새로는 출시 첫해인 2022년 9월 25억원의 판매고를 올렸고, 같은해 10월에는 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매달 120억~130억원 수준으로 매출이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새로 매출을 16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맥주 사업은 부진한 상황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맥주 '클라우드'에 이어 3년 만에 신제품 '크러시'를 시장에 새롭게 선보였지만 시장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맥주 시장의 양강구도는 수년 전부터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공고히 하고 있다. 실제 전체 맥주 시장의 70% 이상을 두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3%대 점유율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정 시장에서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점유율은 3.6%에 불과했다. 오비맥주 '카스'는 37.9%, 하이트진로 '테라' 10.7%, '켈리'는 6.7%를 차지했다.

업계는 롯데가 맥주의 경우 소비자들 입맛이 한번 익숙해지면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타지 않으려는 성향이 짙은 데다 맥주 시장에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아성을 무너뜨기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취임 4년차를 맞은 박 대표는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2020년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 당시 신동빈 회장의 깜짝인사로 발탁된 박 대표는 상무 승진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하는 파격 인사로, 신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하지만 음료에 특화돼 있는 박 대표의 이력이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 부진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표는 2009년 롯데칠성 마케팅팀장, 2014년 음료 마케팅부문장, 2017년 롯데칠성음료 해외사업부문장 겸 경영전략부문장을 거쳤다.

실제 롯데칠성음료의 매출 비중도 음료 부문이 높다. 지난해 별도 기준 음료 부문 매출(1조9534억원)과 주류 부문(8039억원)을 비교하면 1조1495억원의 차이가 난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2020년부터 음료와 주류 부문의 통합 운영을 추진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는 음료 부문에 주류 부문이 얹혀진 느낌"이라며 "맥주 신제품은 보통 성수기인 여름에 출시하는데 지난해 11월 신제품을 출시한 것만 봐도 이례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도 음료 사업만 잘 아는 대표의 이력이 주류 사업에는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주류시장에서 새로의 성공을 자체적으로 벤치마킹할 것"이라며 "제품력과 젊은층을 위주로 마케팅에 나서 영업력이 약한 맥주 제품에 대해 음식점과 유흥점 등으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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