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켈리' 판관비 늘어 발목
롯데칠성 '크러시' 맥주 시장 진입 어려울 듯

켈리 신규 TV 광고 '덴마크 해풍 편'. (사진=하이트진로)
켈리 신규 TV 광고 '덴마크 해풍 편'. (사진=하이트진로)

[핀포인트뉴스 구변경 기자] 롯데칠성음료와 하이트진로가 맥주 사업에 발목을 잡히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회식문화 감소, 주류 소비 트렌드의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맥주와 소주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져온 국내 주류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2107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3% 급감했다. 다만, 매출액은 3조22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류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별도 기준)은 전년비 1.1% 감소한 196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3억원으로 여전히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이는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사업이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맥주 '클라우드'에 이어 3년 만에 신제품 '크러시'를 시장에 새롭게 선보였지만 시장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맥주 시장의 양강구도는 수년 전부터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공고히 하고 있다. 실제 전체 맥주 시장의 70% 이상을 두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반면 롯데칠성음료는 3%대 점유율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정 시장에서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점유율은 3.6%에 불과했다. 오비맥주 '카스'는 37.9%, 하이트진로 '테라' 10.7%, '켈리'는 6.7%를 차지했다.

업계는 롯데가 맥주의 경우 소비자들 입맛이 한번 익숙해지면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타지 않으려는 성향이 짙은 데다 맥주 시장에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아성을 무너뜨기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사진=롯데칠성음료

이런 가운데 롯데는 지난해 11월 맥주 신제품 '크러시'를 출시하며 인기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제품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크러시의 경우 제품 출시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말까지 누적 매출 30~4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등 자신감을 내비췄다. 하지만 회사 측은 숫자를 밝히긴 어렵다고 전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주류 사업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송년회 감소와 같은 주류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매출이 감소했다"며 "주요 원재료의 가격 인상, 각종 사업 경비의 증가로 인한 부담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도 실적이 급격히 꺾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238억원으로 전년(1905억원) 보다 35% 줄었다. 하이트진로 역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맥주 사업에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맥주 신제품 '켈리'를 앞세워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선언하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배우 손석구를 모델로 내세워 TV나 SNS 광고 등 전사적인 광고 활동에도 불을 붙이고 있다. 이 같은 마케팅 활동에 나서면서 판매관리비가 증가해 실적이 악화됐다.

판관비는 늘었지만 마케팅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켈리의 지난해 11월 소매점 매출은 170억9300만원으로 전달보다 6.2%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맥주 소매점 매출은 4.5%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하이트진로에 타격이 더 큰 셈이다.

일본 맥주의 공습도 변수로 작용했다. 켈리의 소매점 매출 순위는 지난해 10월 3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이 컸고, 이 투자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장밋및 전망을 기대하고 있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맥주 신제품인 켈리가 지난해 상반기 수준으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할 가능성이 작다"며 "맥주 시장 점유율 상승에 따라 수익성 개선도 뚜렷해질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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