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포인트뉴스 구변경 기자] 지난해 연말 해를 넘긴 CJ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아직까지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통상 연말쯤 단행되던 인사가 해를 넘기고 1월에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이재현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J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해를 넘긴 것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2024년 정기 임원인사가 이례적으로 늦어지면서 일각에선 다음달 설 명절을 전후해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앞서 손경식 CJ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해 12월 안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 넘게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은 각각 지난해 9월과 12월 정기 임원인사를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새해 전략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2022년만 해도 9월 초 임원 평가를 거쳐 10월 24일 조기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1월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J그룹 인사가 지연되는 배경에는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과 CJ ENM 등 핵심 계열사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이다. 이들 계열사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익이 전년동기대비 약 20% 줄었다.

먼저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업황 악화로 부진한 실적을 받아 들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1조73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933억원으로 30%가량 급감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12.2% 늘어난 2조286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749억원으로 6.9% 감소했다. CJ ENM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3조108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5%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 733억원이 발생했다. 누적 영업이익 1307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일부 계열사의 경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CJ푸드빌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610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 늘었고 순이익은 219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CJ CGV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7% 늘어난 1조202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2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 때문에 CJ그룹이 실적 부진한 계열사 대표를 대폭 물갈이 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적 악화일로를 걷는 CJ제일제당과 CJ ENM은 각각 최은석 대표, 구창근 대표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최 대표 임기는 내후년 3월, 구 대표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대표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 등이 임기 만료를 앞뒀다. CJ대한통운은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강 대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CJ그룹 정기 임원인사의 관전 포인트인 이 회장 장남 이선호 경영리더의 승진 여부도 관심사다. 

이 경영리더는 2016년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관리팀장 겸 과장을 시작으로 2017년 CJ그룹 경영전략실 부장을 맡았다. 2021년에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 1담당에 이름을 올렸고 2022년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1년 만에 고속 승진했다.

최근 유통가 오너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각 그룹의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이 경영리더도 바이오 등 미래 신사업을 추가로 맡아 경영 보폭을 넓힐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다음달 설 연휴 전후로 이 회장이 '신상필벌'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에선 1월 인사는 절대 없을 것으로 보고 늦어지면 3월까지도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그만큼 CJ그룹의 전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탓에 이 회장의 고민도 길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