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포인트뉴스 구변경 기자] 토종 햄버거 브랜드인 롯데리아가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최근 미국 햄버거 브랜드들이 국내에 상륙해 오픈런(매장 개점 시간을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면 달려가 구매하는 것)을 연출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한 가운데 롯데리아는 미국 시장으로 보폭을 넓혀 역공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GRS는 롯데리아의 미국 진출 지역으로 LA 한인타운을 선정했다. 롯데리아가 미국을 진출 국가로 정한 이유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을 통해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타고 K푸드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푸드, 컬처 등의 인기로 한국 식문화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인 비중이 높은 지역 진출을 통해 시장의 반응을 파악해 나갈 예정이며, 미국은 직접 법인을 통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은 3410억달러(약 435조원)로 약 5조원대인 한국 시장의 80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칙필레 등 미국 전역에 매장이 있는 대형 브랜드 외에 지역별로 유명 햄버거 브랜드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미국 동부에는 파이브가이즈, 쉐이크쉑, 서부에는 인앤아웃, 슈퍼두퍼 등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중 인앤아웃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명 햄버거 브랜드들이 유통가 오너 3세들이 들여온 신사업으로 각광받으며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 미국의 3대 버거 브랜드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는 지난해 6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주도해 국내로 들여왔다. '쉐이크쉑' 역시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2016년 직접 들여와 당시 프리미엄 버거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롯데리아는 국내에선 브랜드 장악력이 점차 낮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식 메뉴로 햄버거 본토인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는 전략이다. 아직 메뉴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불고기버거·새우버거·라이스버거 등을 중심으로 미국 공략 메뉴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우를 활용한 메뉴를 출시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선 또다른 국내 토종 햄버거 브랜드인 맘스터치가 2021년 K푸드의 대표격인 '치킨'을 내세워 미국에 진출했다. 현지에 매장을 3호점까지 열었지만 현재는 1개점을 닫고 2개 운영에 그쳤다.

하지만 업계에선 미국이 햄버거 본고장인 만큼 국내 브랜드들의 시장 안착이 녹록친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유명 브랜드를 중심으로 팬덤이 형성돼 있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이유로 롯데리아도 한인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진출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리아는 그동안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키워왔다. 지난해 말 기준 베트남에서 롯데리아 매장 수는 252개를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 미얀마(42개), 캄보디아(4개), 라오스(6개), 몽골(4개) 등에서도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롯데리아는 그간 동남아 베트남을 중심으로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몽골 등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현지화를 바탕으로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며 "국내에서는 롯데리아의 매장 수가 약 1300개로 포화 상태에 있다고 판단해 매장당 매출 증진을 위한 내수 강화에 중점을 두고 미국 시장 진출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