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화 맛깔스런할리팩스요리농부 대표, 소확행 위해 찾은 시골 이제 당당한 농부로 우뚝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친환경 농업부터 서비스와 체험이 포함된 6차 산업까지 단순 노동력에 기댄 농업에서 새로운 농업으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청년창업농을 필두로 젊은 피가 농촌에 뿌리내리며 기존 관행 농업의 틀을 바꾸면서 부터다.
다양한 마케팅부터 새로운 가공품과 체험을 통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농촌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은 이제 농촌에서 단순히 먹거리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덩달아 농촌 역시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핀포인트뉴스는 신년을 맞아 농촌의 변화를 이끄는 청년농부들을 만났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변화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다. 과연 청년농부들이 꿈꾸는 미래 농촌과 그리고 현재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다.
-편집자 주-
“연고가 전혀 없는 고창에서 1년 조금 넘은 영농경력이지만 걸음씩 밟아나가고 있습니다. 청년창업농을 통해 가능성의 내일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렇게 5년, 10년 영농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조그만 농가 레스토랑을 차려 직접 재배한 작물로 요리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호텔 조리장에서 좌충우돌 초보 농사꾼으로
서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대사관과 호텔 등에서 셰프로 근무했던 최미화(38)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시골살이를 선택한다.
주방에서 차가운 음식을 만지고 요리를 하다 받은 스트레스를 나무를 보며 풀었던 그에게 시골은 힐링의 장소였다. 유명 셰프로 15년 가량 근무해온 그가 귀농을 선택한 이유다.
최 대표는 “산림교육을 받는 교육과정에서 만난 지인의 소개로 귀농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며 “서울에서 힘들게 살지 말고 소소하지만 행복을 느끼는 시골로 갈 계획을 세운 시점도 이쯤”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그는 고창, 장흥, 경상도 일부 지역 등을 귀농지로 선택할 요량이었다. 지역 후보의 기준은 바닷가가 근처에 있느냐였고 제주도 역시 물망에 올랐다. 그런 그는 결국 전북 고창을 방문하고 최종 귀농지로 이곳을 선택한다.
산지의 신선한 재료와 고향인 정읍과 가깝고 무엇보다 고창의 석양이 좋았기 때문이다.
농사 역시 대농을 꿈꾸지는 않았다. 작지만 강한 강소농으로 스스로 재배한 작물로 요리를 하고 지역민과 이익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컷다.
최근 하나 둘 작물 재배에 성공하며 이제 그는 전공을 살린 작은 시골 레스토랑을 고창에 열어볼 요량이다.
최 대표는 “농가 레스토랑은 지원사업도 끝났는데 왜 이걸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셰프들은 자기가 재배한 작물로 요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로망이 있다”며 “소소하게 이런 식탁을 꾸미고 싶은 것도 귀농의 중요한 요소였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장대한 귀농의 꿈은 현실의 벽에 막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연고가 없는 지역도 부담이었고 혼자이고 결혼도 하지 않은 여성이라는 점 역시 지역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는 “초창기 고창으로 귀농을 결정할 당시 고향인 정읍 옆인데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많았다”며 “막상 귀농을 결정하니 토박이분들보다 오래전에 귀농을 해서 현지인화 된 분들의 텃세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토지 구매 역시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청년 창업농과 귀농 과정에서 얻은 대출금으로 부동산을 통해서 구매한 땅이 하필 문제가 있었다.
동네 이장이 오랫동안 경작했던 곳을 형님이 외지에 있으면서 이 땅을 상의 없이 팔며 발생한 문제다.
마을 이장은 이미 그 땅에 집도 새로 지어서 의지와 상관없이 중간에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땅이 없으면 어렵게 선택된 청년창업농이 박탈당할 수 있다며 꾸준한 설득으로 겨우 땅을 양도받았다.
최 대표는 “여러 번 설득 끝에 이장님께 이 땅을 구매하고자 하는 이유들을 차근차근 설명했고 이장님도 잘 이해해 주셨다”며 “이후에는 이장님이 여러 공사와 편의를 도와주시며 후원자가 됐고 현재는 어느 곳에 가더라도 동네 이장님은 가장 귀한 친구라고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교육은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니다
현재 최 대표는 구매한 토지에 하우스 2동을 지었다. 총 비용은 2000만원 정도가 소요됐다.
이 곳은 온도, 시간, 양액 급수 시설 등 ICT 기술이 탑재됐고 습도 조절기는 별도로 설치해 무리 없이 시설 하우스 운영이 가능하다.
그는 여자 혼자서 농사 짓기가 힘들다는 점과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초기부터 ICT 설비를 고려했다고 말한다.
하우스 시설 역시 발품을 팔며 직접 챙겼다.
최 씨는 “처음 시설 견적서를 받았는데 터무니없이 큰 금액에 ICT교육을 직접 받고 시설된 하우스를 일일이 찾으며 현재 하우스를 짓게 됐다”며 “현재까지는 컴퓨터까지 연결하지 않은 반쪽짜리 스마트팜 농장이지만 안정적으로 정착을 이루면 컴퓨터까지 연결된 완전한 스마트팜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현재 1농장과 2농장을 꾸렸다.
1농장은 하우스이고 2농장은 노지를 5년간 임대해 호박고구마와 복분자 100주를 심어놓았다.
하우스에는 베이비채소가 무럭무럭 자라고 2번의 출하도 이뤄냈다. 노지에 심은 호박고구마는 올해 모두 완판되는 성과도 얻었다. 초보 농사군 치고는 괜찮은 성적표다.
주 작물인 베이비채소는 멘토를 통해 재배방법을 익혔다. 그 과정에서 그는 1000시간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꾸준히 배움의 길을 걷고 있다.
많은 교육시간에도 이유는 있었다. 신규 농이고 농사 경험이 전혀 없다 보니 배움 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그는 “저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작물교육을 시작으로 귀농전부터 현재까지 1000시간 이상 교육과 기술 습득을 받았다”며 “비록 몸이 조금씩 고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장벽 앞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여러 환경적인 요인을 극복하고자 다양한 정착 교육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농업인으로 필요한 소형굴삭기, 유기농기능사, 종자기능사, 식품가공 기능사뿐만 아니라 향후 6차 산업을 준비한 팜파티 플레너 등의 자격증도 이미 갖췄다.
조리장으로 바리스타, 한식, 양식, 제과제빵 등 여러 자격증까지 합하면 자격증만 10여 종이 넘는다.
최 대표는 “조리장을 있으며 요리 강의도 했기 때문에 관련분야 자격증을 많이 준비했다”며 “농업에서도 다양한 교육과 자격증을 만들었고 이러한 자산을 토대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요리농부 6차 산업을 꿈꾸다
최씨는 조만간 농가 레스토랑을 지을 계획이다. 초가을 태풍을 3번이나 이겨내며 농사의 고충도 잘 이겨냈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귀농지에 적용시키고 싶은 생각에서다.
레스토랑은 초보 농부의 간절함으로 키운 신선한 작물과 주변 농업인들의 생산작물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장으로 삼을 계획이다.
최 씨는 “귀농 시 블루베리를 이용한 요리체험 공방을 계획했지만, 비용 부담 등으로 현실에 맞는 발걸음을 위해 지난 1년간은 1차 영농에 집중했다”며 “이제는 작물 재배에도 자신이 붙었고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요리와 체험이 융합된 농사형 레스토랑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베이비채소는 같은 작물을 하는 청년리더를 통해 납품하고 있고 요리에도 직접 기른 채소를 사용할 생각”이라며 “향후 샐러드, 바질 등 허브 작물도 심어 활용할 생각이고 부족한 재료는 주변 농가들이 생산한 작물을 구매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팜 파티나 가공시설, 체험장 등도 그의 농업에 중요 목표로 자리 잡았다.
최 청창농은 지난해 고창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한 농장팜파티에 재능기부하며 경험도 쌓았다.
고창의 식재료를 가지고 16가지 요리를 기획하고 레시피를 짜서 120명이상 고객들과 팜파티를 진행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특화해볼 생각이다.
그는 “팜파티는 고객을 1년에 한번 고창으로 초청해 이곳 특산물로 요리를 기획하고, 다양한 체험 활동도 포함시킬 생각”이라며 “현재 팜파티플래너 자격증도 준비됐고 다양한 요리도 가능해 레스토랑과 함께 6차 산업으로 키워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맨땅에 헤딩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부디 그 한걸음의 무게가 버겁더라도 함께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어려움 극복의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미화 대표는 “연고가 없고 농사 경험도 없는 지역에 성공적인 정착이 가능한데는 청년창업농을 위한 정부 지원 정책이 큰 도움이 됐다”며 “이제 1년 조금 넘은 영농경력이지만 가능성의 내일을 조금이나마 바라볼 수 있는 현실을 만들고 지역 청년들과 그 길을 함께 걷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