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윤 '청년농부의 일년감'대표, "한입에 쏙 삼색방울토마토, 연매출 3천 꿈의 열매"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친환경 농업부터 서비스와 체험이 포함된 6차 산업까지 단순 노동력에 기댄 농업에서 새로운 농업으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청년창업농을 필두로 젊은 피가 농촌에 뿌리내리며 기존 관행 농업의 틀을 바꾸면서 부터다.
다양한 마케팅부터 새로운 가공품과 체험을 통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농촌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은 이제 농촌에서 단순히 먹거리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덩달아 농촌 역시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핀포인트뉴스는 신년을 맞아 농촌의 변화를 이끄는 청년농부들을 만났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변화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다. 과연 청년농부들이 꿈꾸는 미래 농촌과 그리고 현재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다.
-편집자 주-
언제부터인가 대형마트 과일 코너에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형형색색 방울토마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토마토가 딸기에 이어 과채류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품목에 올랐다.
건강과 맛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방울토마토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 있다. 정기윤 '청년농부의 일년감' 대표다. '일년감'은 토마토의 순우리말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작목반과 대형마트에 빨강과 주황ㆍ노랑 등 삼색방울토마토를 판매한다. 삼색방울토마토는 다른 토마토보다 약간 비싸게 팔린다.
색깔 별로 식감과 맛이 달라서 비싼데도 인기다.

◆ 내 삶은 스스로 개척한다
스물넷 청년이 핸드폰도 안터지는 경기도 연천 골짜기에서 시설하우스 9동에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다. 기존 농장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홀로 일군만큼 자부심만큼은 누구보다 크다.
정기윤 대표는 "지난해에도 우수사례 수기 공모전에 응모했었는데 두 번째 도전만에 뽑혀서 기분좋다. 청년창업농 중에서도 저와 같은 나이대에 창업한 사례는 많지 않다. 제 케이스를 많은 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처음 농사를 짓기 위해 연천에 왔을 때 앞이 캄캄할 정도로 막막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월세 15만 원 시골주택에 거처를 마련했다. 또 부동산에 나온 농지를 수소문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허름한 비닐 온실을 저렴한 값에 임차할 수 있었다. 온실 천장 비닐이 전부 찢어져서 비가 오는 날은 비를 맞고, 눈이 오는 날은 눈을 맞으며 일해야 하는 곳이었다. 첫해에는 결과물보다는, 스스로 운영해보며 경험치를 쌓자는 것이 목표였다. 또 아무 연고도 없었던 연천이라는 지역에 정착해 내 삶의 길은 내가 개척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농고와 농대에서 6년간 공부지만 막상 혼자 시작하려니 걱정됐다고. 지역마다 기후와 토양,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작물이라도 미세하게 다른 기준이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는 비닐하우스에 연습삼아 방울토마토를 심고 농사에 입문했다.
◆ '멘토멘티 선도농가 실습사업' 통해 지역 안착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정기윤 씨는 지역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 씨는 "도시에서는 대부분이 이웃집과조차도 관심을 기울이고 살지 않는다. 그런데 연천에 와 보니 그렇지 않더라. 동네분들에게 잘 보여야 했다. 또 내 행동 하나하나까지 쉽게 소문이 나더라. 좋던 나쁘던 제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겪으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이 멀거나, 편의시설이 없는 것 등등 생활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할 수 있었다." 고 밝혔다.
정 씨가 연천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동네 어른들에게 사소한 것까지 물었다고. 지역 사회에 대해 모르니 묻고, 농사도 잘 모르니 매일 물어보러 다니는 것이 일이었을 정도다. 또 농업기술센터 주선으로 '멘토멘티 선도농가 실습사업'에 멘티로 선정될 수 있었다. 멘토님은 정신적인 지주이자 현장 선생님이었다.
그는 "멘토님께서는 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모터 연결, 전기배선 등의 문제들을 혼자 해결해나갈 수 있게끔 알려주셨다. 또 토마토 스승님을 한 분 소개받아 방울토마토 재배 노하우를 비롯해 지역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큰 도움을 받았다." 고 밝혔다.
그의 또 다른 조력자는 친구들이었다.
정 대표는 "작은 규모라서 혼자 스스로 다 했다. 하지만 수확기 등 일손이 필요한 시기에 외국인 노동자 대신 친구들에게 SOS 쳤다. 친구들과는 힘들어도 장난도 치면서 웃으며 할 수 있다. 또 일하고 난 뒤 고기도 구워 먹고 계곡도 가서 놀곤 했다. 마치 캠핑하듯이 즐기다 보니 일이 노동이 아닌 놀이가 되니 절로 재미있어졌다." 고 밝혔다.

◆ 청년창업농 지원금 3억으로 본격 농사 시작
첫해 농사 결과는 순수익 100만 원. 그야말로 처참했다. 초기 투자비용이 크게 들어간 상황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시간 활용을 못해 작물 관리를 소홀했던 점이다. 그렇지만 귀농 1년 차 목표였던 '지역에 정착하기'와 '농사 경험 쌓기'라는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고, 다음 작기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듬해 2018년 청년창업농 추경 인원에 선정되면서 지원금 3억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지붕 뚫린 비닐온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토지 약 2,000평을 구입하고 1,000평 정도의 규모에 비닐하우스 9동을 지었다.
정 대표는 "3억 원 대출을 받고 다소 부담도 됐었다. 하지만 하지만 농사든 사업이든 '투자한 만큼 돌아온다'는 말을 새겼다.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것은 한 달에 100만 원씩 받는 '영농 정착 지원금'이었다. 이 지원금이 없었으면 생활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류비, 밥값, 농자재 비용 등등 생활에 필요한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꼬박꼬박 나오니 생활이 안정됐다. 그래서 영농정착 지원자금 받는 기간안에 자리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밝혔다.
지난해 휴일도 휴가도 없이 일했지만 정기윤 씨에게는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는 "지금이 가장 보람된다. 작년 보다 높은 수익을 올렸다. 직접 씨앗을 뿌려 방울토마토로 3천만 원이 넘는 매출을 만들어 봤다는 것만으로 뿌듯하다. 그리고 직거래 장터에 나갔을 때 시식해본 소비자들이 '맛있다'고 하면서 주문해 주고, 그런 반응을 경험하면서 자부심을 느꼈다." 설명했다.
올해는 직거래 판매에도 도전하기로 하고 삼색방울 토마토 재배를 시도했다. 기존 빨강 방울토마토에서 주황색과 흑색 방울토마토를 추가, 세 가지 색깔의 방울토마토를 재배했다. 세 가지 방울토마토를 한 팩에 섞어 담아 차별성을 높였다. 또 경기 북부귀농귀촌 지원센터 지원사업을 통해 박스를 지원받았다.
그는 "기존 작목반 사장님들께서 사용하던 박스가 아닌 저만의 디자인을 박스에 넣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마치 선물 받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더니 반응이 무척 좋았다." 고 강조했다.
◆ 유튜버로 변신한 청년농부
박스 디자인에 성공 이후 기존 농업인들과 차별점을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정 대표는 "원래 영상편집하는 것을 좋아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제가 농사짓는 과정을 보여주자 마음먹고 ‘농사왕 재배맨’ 채널을 개설했다. 청년창업농 지원을 통해 땅을 사고 하우스를 짓는 과정부터 제 농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영상으로 담기 시작했다. 영상을 촬영하고 업로드하며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유튜브를 이유는 중 또 하나는 농장을 운영하다 보면 안 좋은 일도 생기곤 하는데 우울해지고 기운 없어지곤 한다. 그럴 때 유튜브를 찍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응원도 받고, 또 누군가 지켜봐 준다는 생각이 들면 절로 신이난다." 고 밝혔다.
또 소비자들이 토마토 생산부터 유통, 판매 전 과정을 알게 되니 신뢰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입소문이 났고, 직거래도 활발하고 재구매율도 높다.
정기윤 대표는 "최종 목표는 영농기반 없이 농업을 시작해도 성공할 수 있다 걸 보여주고 싶다. 대학시절 부모님이 농사짓는 후계농업인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웠던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아직 초보 농업인이지만 제 농장에 어떤 변수가 닥쳐도 혼자 스스로 해결할 수 있고 위기관리 능력에도 제가 한수 위라도 자부한다. 농업의 가능성과 기회가 저와 같은 청년들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증명하고 싶다." 고 마무리 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