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주 체험농장 어린왕자 대표, 농사가 아닌 문화를 파는 청년농부로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친환경 농업부터 서비스와 체험이 포함된 6차 산업까지 단순 노동력에 기댄 농업에서 새로운 농업으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청년창업농을 필두로 젊은 피가 농촌에 뿌리내리며 기존 관행 농업의 틀을 바꾸면서 부터다.

다양한 마케팅부터 새로운 가공품과 체험을 통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농촌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은 이제 농촌에서 단순히 먹거리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덩달아 농촌 역시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핀포인트뉴스는 신년을 맞아 농촌의 변화를 이끄는 청년농부들을 만났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변화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다. 과연 청년농부들이 꿈꾸는 미래 농촌과 그리고 현재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다.

-편집자 주-

“고품질의 사과를 만드는 훌륭한 농업인은 이미 전국에 퍼져 있지만, 문화를 파는 농사꾼은 아직 드물다는 생각입니다. 도농복합영농지역의 지역적 특성과 농업의 현황을 분석해 문화를 파는 농업인이 되기로 최종 선택했고 이렇게 탄생한 것이 체험농장 어린왕자입니다.”

문화를 파는 농부는 드물다

농업에농(農)자도 모르고 귀농한 선택한 이덕주(41)청년창업농은 처음부터 귀농이나 귀촌을 염두하고 시골로 내려온 것은 아니다.

신학대학원에 다니던 그는 아이들과 자연에서 건강하게 뛰놀 수 있는 홈스쿨링과 이후 작은 개척교회를 세울 요량으로 용인에서 아산으로 이주를 선택한다.

그러나 마을에 이미 교회가 있었고 개척교회를 만들 생각을 내려놓는다. 본래 목적과 전혀 다른 농부의 삶을 선택한 계기다.

농사 역시 마을에서 정착하고 이웃들의 일을 돕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시작된다. 어깨너머로 농업을 배울 기회조차 없었던 그는 생활을 위해 이웃의 농사일을 돕고 임대로 나온 사과 농장의 운영을 권유받는다.

이덕주 대표는 “처음에는 개척교회를 시작할 마음에 귀농을 택했고 마을 도서관 관장으로 있으면서 마을 어르신들의 문화 복지 부분에 일을 도맡았다”며 “그러다 보니 마을 어른들이 임대 나온 농장을 권했고, 그것이 사과농사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당시 1200평 규모의 사과농장을 임대받아 농장을 5년째 운영 중이다. 사과에 대한 지식은 농업기술센터 교육과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익혔지만 아직까지도 농사에서 만큼은 초보자 수준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지역의 특성 등을 고려해 볼 때 그는 최고 품질의 사과를 생산보다는 사과를 이용한 서비스사업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체험농장 어린왕자다.

이 대표는 “사과농사에는 이미 훌륭한 농업인이 많지만 문화를 파는 농사꾼은 드물다는 생각에 체험농장을 기획했다”며 “도농복합영농지역의 지역적 특성과 농업의 현황을 분석해 문화를 파는 농업인이 되기로 최종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장 한켠에 30여평 규모로 작은 교육시설을 직접 만들고 다양한 현장체험과 가공할 수 있는 보조시설을 만들어간다.

그동안 배워둔 목공기술과 마을 도서관장을 하며 얻은 주민 신뢰로 시설 설치와 운영에 큰 무리는 없었다.

처음 체험형 시설의 기획은 협동조합 형태였다.

마을주민들과 일정 부분의 돈을 투자하는 형태로 체험농장을 꾸려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발기인 대회까지 했지만 결국 조합설립은 무산된다.

이덕주 청창농은 이에 대해 농업인들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체험농장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기존 관행농업을 넘어서지 못해 공감은 있었지만 선 듯 누구 하나 체험농장 도전에는 망설이기 일수였다.

이 씨는 “주변 천안이나 유동인구를 고려해 주민들과 마을 사업 교육을 받으며 결국 마을기업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주민들 모두 동의 했지만 결국 법인설립에는 실패했다”며 “초기에는 숙박과 교육이 가능한 공동 체험시설을 설립하려 했지만 결국 무산되고 어린왕자의 체험활동만 남게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씨가 건립한 체험형 공간은 대성공을 거둔다.

2015년도 첫해는 사과나무 분양을 통해 인지도를 알리고 다음 해인 2016년에는 150명가량이 어린왕자를 찾았다.

그러나 2017년에는 2000명 이상이 어린왕자를 찾으며 정착기에 접어든다. 이어 지난해에는 3000명을 넘기며 문화시설로 거듭나게 된다.

올해는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었고 2000여명은 이미 인원을 넘어 예약을 받지 못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덕주 대표는 “매일 25인승 버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마을주민들도 지금은 체험형 교육에 긍정적이 됐다”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향후에는 사과뿐만 아니라 고구마 수확 체험 등 농업과 관련된 체험을 마을주민들과 진행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성공은 사과농장을 철저히 체험용에 맞췄기 때문이다. 실제 이 청창농의 사과농장은 일반농가와 달리 수형을 낮춰 재배한다. 이는 주 고객인 어린이들이 손쉽게 사과 따기 체험이 가능 하도록 한 배려다.

여기에 직접 수확한 사과로 쨈 만들기를 진행하고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만들기를 원칙으로 내세운다. 또 사과와 관련된 목공체험과 원예체험을 병행하며 다양한 체험공간으로 어린왕자를 꾸렸다.

이 씨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체험농장에서 힐링하는 모습에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족단위부터 어린아이, 중고생들까지 농촌현장을 경험하며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고 덩달아 소득도 증가해 일석이조 효과를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타인이지만 녹아들어라

지역에 전혀 연고도 없었던 그가 마을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히 지역사회에 녹아들려 했던 그의 마음가짐이 신뢰로 이어진 탓이다.

그는 귀농을 택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마을 어르신들을 섬기며 고된 마을 일을 먼저 나서서 해결한다.

특히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공장을 막기 위한 탄원서 작성과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잇따라 따내며 정착 5년만에 이장 후보에까지 오르게 된다. 이유도 재미있다. 땅도 없고 집도 없으니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장 출마를 한사코 마다한 그는 결국 마을 총무를 맡으며 마을 도서관 관장 직을 겸하고 있다.

마을 일을 주도했다고 주민들이 마음을 연 것은 아니다. 그는 농한기 때 회관에 앉아서 화투만 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월 2회 장수마을극장을 열어 옛날영화부터 최신영화까지 상영하는 마을 극장을 운영했다.

또 월1회 미용자격증이 있는 와이프로함께 이·미용 봉사와 목욕탕 차량운행부터 마을 어르신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친 것도 그의 몫이었다.

이 같은 섬김이 그에 대한 신뢰로 돌아왔다.

그가 기획한 작은도서관을 위해 마을 어르신들은 마을회관 2층을 선듯 내주는가 하면 시간이 갈수록 지역민으로 녹아들며 한 마을 사람으로 그를 인정해 주게된다.

이덕주 대표는 “지금은 마을 어르신들이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지지해 준다”며 “체험농장 운영하며 주차문제 등으로 다소 불편해도 잘해보라며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창농이 이어준 기회 사회적기업으로 되돌려 줄 것

이덕주 대표는 향후 도농복합도시의 특성을 살려 숙박이 가능한 체험활동 공간을 시회적기업 형태로 만들어낼 생각이다.

그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청년창업농에 합격하면서다. 땅이 없어 경영체등록도 힘들었던 이 대표에게는 청년창업농은 빛과 같았다.

79년생으로 막차를 타고 청창농에 선정되며 지원금을 통해 생활의 안정을 찾게된다. 그동안 땅이 없어 겪었던 서러움 역시 청년창업농 대출금을 통해 2600평의 땅도 구입했다.

농업을 위해 귀농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생활이 어려워 귀농의 한계치가 다가올 무렵 청년정착 지원금은 다시금 그를 농촌에 정착시키는 이유가 된 셈이다.

이 씨는“우연찮게 청년창업농을 선발한다는 공고를 보고 신청했지만 솔직히 또 안되겠지 생각했다며 “청창농 지원금은 나에게 천군만마와 같았고 이 지원금이 없었다면 100%로 농업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대표는 청년창업농이 만들어준 기회를 지역민과 함께 나눈다는 구상이다. 최근 구입 한 부지에 체험시설을 만들고 사회적기업으로 꾸려갈 생각이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키즈카페와 체험장 등 켈리그라피와 목공 등 100여명이 동시에 입장이 가능한 문화가 함께하는 공간을 내년쯤 선보일 예정이다.

카페와 식당의 재료들은 마을에 위탁하고 직매장도 만들어 자신의 공간이 아닌 지역민과 상호 윈-윈하는 구조로 운영을 준비 중이다.

이덕주 대표는 “계획중인 체류형으로 농장은 쉬면서 밥과 차 그리고 체험도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갈 생각”이라며 “현재 사과농장뿐만 아니라 꽃이나 허브 등으로 작물을 추가해 지역민과 함께 6차산업으로 부가가치를 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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