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세근 '여가의뜰' 대표, 농촌서 살아남기 위한 일곱가지 아이템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친환경 농업부터 서비스와 체험이 포함된 6차 산업까지 단순 노동력에 기댄 농업에서 새로운 농업으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청년창업농을 필두로 젊은 피가 농촌에 뿌리내리며 기존 관행 농업의 틀을 바꾸면서 부터다.

다양한 마케팅부터 새로운 가공품과 체험을 통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농촌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은 이제 농촌에서 단순히 먹거리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덩달아 농촌 역시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핀포인트뉴스는 신년을 맞아 농촌의 변화를 이끄는 청년농부들을 만났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변화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다. 과연 청년농부들이 꿈꾸는 미래 농촌과 그리고 현재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다.

-편집자 주-

"너른 마당에서는 남자아이 둘이 축구를 하고 자전거 타며 뛰어논다. 때론 닭장에서 달걀을 꺼내며 즐거워하기는 걸 볼 때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특히 아내가 원하는 대로 햇살이 환하게 비추는 아담한 2층 집을 설계를 하고 가족을 위한 야외 데크와 해먹도 설치해 여름이면 도시에서 놀러 온 지인들이 텐트를 치며 캠핑을 즐긴다. 도시의 편리함을 버리니 얻어지는 것이 더 많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고성에서 농촌정착 및 창업을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여세근 '여가의뜰' 대표

◆ 농촌창업 위해 제일먼저 넘어야 할 산은 '마을정착'

올해로 4년째 '여가의뜰'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여세근 대표는 매일 전쟁 같았던 도시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면 절로 고개가 가로 저어진다고 말했다.

여세근 대표 신규농업인들이 농촌에 정착하며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바로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라고 말한다.

여 대표는 아내와 가족들과 함께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농촌정착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미리 농촌에서 살아보기를 경험했다.

여 대표는 "아내와 농촌체험을 해본것이 신의 한수였다. 농장주와 1:1로 연결되는 현장체험을 통해 아내에게 농촌 생활에 대한 확신을 심어 줄 수 있었고, 같은 목표를 향해 손잡고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본격적으로 귀농을 준비하던 여 대표는 "도시민을 위한 귀농귀촌 교육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창업전까지 약 2년 동안 100시간 넘게 관련 교육을 받았다.

이는 안정적으로 창업하는데 가장 큰 무기가 됐다.

더불어 교육에서 만들어진 인연은 지금까지도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든든한 동지다. 지금도 농촌 창업 및 정착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교육'이라고 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가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 가장 크게 부딪힌 것은 바로 수확하기 전까지 경제적 소득이 발생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여 대표는 "농사는 바로 소득이 일어나지 않는다. 블루베리도 3년은 재배해야 소득이 생긴다. 그래서 이주하자마자 바로 수확할 수 있는 토마토를 재배해 소득을 창출했다. 또 귀농정착 지원자금을 받아 생활했던 것이 안착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 스토리텔링으로 남들과 다른 경쟁력 갖춰

여가의뜰 이란 농장명을 만들게 된 계기는 2015년 농업기술원 교육에서 농장 명함 만들기를 하면서였다.

여 대표는 "농업인이 무슨 명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대로 만든 명함 한 장이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매우 중요한 마케팅 홍보 수단이란 걸 알고 나서 고민 끝에 '여가의뜰'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여가의뜰이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공간, 그리고 농장주 성(姓)인 여가(呂家)를 인용한 것으로 가족의 행복함을 추구하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스토리텔링을 부여했다.

그리고 농업창업을 하면서 경영방침을 세웠다. 첫 번째 농작물 선택에서의 방침은 몸에 좋고 맛 도 좋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물 일 것. 두 번째 경영방침은 친환경 농업이다. 그는 자연환경을 지키고 가족 및 고객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농업 가치로 봤다.

◆ 생명과학 분야 직장 경험 바탕으로 친환경 농업 도전

귀농전 생명과학 분야에서 일했던 여 대표는 "도심에서 일할 때는 경쟁에 지쳐 힘들기만 했는데 막상 농사를 짓다보니 당시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다. 특히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습관화돼서 농사 역시 문제의 원인부터 파악하니 두 번 실패가 없었다. 또 친환경 살충제, 발효액 만드는데 남들보다 익숙했다. 우리 농장은 100% 친환경 농업을 하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또 마이스터들에게 유기농업 교육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작물 재배, 친환경 약제 제조하는데 기술 배워서 접목했더니 수확 초기에도 생산량, 품질이 월등했다. 또 농장의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농기계 다루는 법도 부지런히 배웠다. 교육장 문이 닳도록 다닌 덕분에 이제는 농사가 한결 쉬워졌다.

여 대표는 "이제 농업인들은 재배부터 판매, 마케팅까지 전문경영인으로서 소양이 필요하다. 특히 마케팅 정보는 도시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교육장에서 강사님들로부터 도시 트렌드 정보도 받고 마케팅 방법과도 소개받아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여 대표는 2019년 강원도에서 주관하는 청년농업인 기반 조성 사업을 통해 토마토즙, 블루베리 잼 및 콤포트 등을 가공해 제품화했다. 현재 토마토와 블루베리가 주작목이지만 2년 후에는 친환경 키즈팜을 시설을 완공하고 3년 후에는 농장 규모를 2배 확장할 예정이다. 또 장기적으로 펜션 및 캠핑장 숙박시설을 확충해 연매출 1.5억이 목표다.

◆ 인근 청년농업인과 협력과 선의의 경쟁

청년 농업인 인원이 적어 서로 적이 아닌 동지로 서로 협력하고 선의의 경쟁으로 건강하고 바람직한 농촌창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여 대표는 "고성은 청년 농업인 인원이 적어 서로 협력하고 선의의 경쟁으로 농촌창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물론 작목반 등 모든 활동 시 적극적으로 나서서 역할을 맡았던 것도 도움이 됐다. 이제는 경쟁보다는 청년농업인 끼리도 왕래하면서 정보도 교류하고 기성 농업과는 다른 분야에도 도전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청년창업농들이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청년창업농 지원금 제도다. 3억까지 대출해주는데 대부분의 청년창업농들은 빚이라고 체감 안하게 된다. 나라에서 지원해주니 받고서는 이자만 내다가 허덕이는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크게 할 생각하지 말고 시작은 적더라도 소규모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농업이 바로 소득이 나지 않으니 장기적인 관점을 잡고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여 대표는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내야 하는 농사는 노동 강도도 높아 육체적으로 힘들고 잠 못 이루게 하는 고민도 많다. 그래서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도시 생활이 아주 가끔 그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 고성에서의 삶은 팍팍했던 서울에서의 삶보다 여유롭다.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지금 이대로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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