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천홍 홍홍사과 대표,“셰프에서 사과농부로”...도전에는 이유가 있다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친환경 농업부터 서비스와 체험이 포함된 6차 산업까지 단순 노동력에 기댄 농업에서 새로운 농업으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청년창업농을 필두로 젊은 피가 농촌에 뿌리내리며 기존 관행 농업의 틀을 바꾸면서 부터다.
다양한 마케팅부터 새로운 가공품과 체험을 통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농촌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은 이제 농촌에서 단순히 먹거리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덩달아 농촌 역시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핀포인트뉴스는 신년을 맞아 농촌의 변화를 이끄는 청년농부들을 만났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변화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다. 과연 청년농부들이 꿈꾸는 미래 농촌과 그리고 현재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다.
-편집자 주-
‘믿고 먹는 안전한 사과를 생산하자’는 생각에 뉴질랜드 영주권을 포기하고 승계농을 선택한 민천홍(35) 홍홍사과 대표는 소비자 맞춤형 사과와 친환경 그리고 사과가공품을 통한 지역활성화를 꿈꾼다. 기존 재배 방식을 고수하기보다 끊임없는 발전을 위해 발품을 파는 이유다. 민 대표는 셰프로서의 전공을 살려 이제 요리에 꼭 필요한 사과가공 첨가물로 승부수를 던져볼 요량이다.

요리사에서 우리사과 계승자로
거창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민천홍(35)씨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뉴질랜드에서 요리사로 지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뉴질랜드 영주권을 위해 요리사의 길을 택한다. 이후 주방장을 맡으면서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2016년 3월 사과농사를 짓고자 경남 거창으로 귀농을 선택한다.
잘나가는 요리사를 버리고 사과 농사꾼을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민 씨의 귀농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우리사과를 지키고 우리 식재료로 요리를 연구하고 싶다는 철학이 깔렸다.
민천홍 대표는“어릴적부터 부모님을 도와 사과 농사를 지었고 언젠가 가업을 이어받을 마음이었다”며 “저의 귀농은 요리사를 버리고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좀 더 연구하고 싶은 마음 이었다”고 설명한다.
요리하는 사과 농사꾼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귀농 이후 민씨는 사과재배뿐만 아니라 가공제조 판매까지 색다른 아이디어로 청년농업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사과 마이스터인 아버지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3년간 기본기를 다졌다. 반면 판매나 가공은 자신의 방식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홍보와 유통방식의 변화는 돋보인다. 민씨는 기존 거래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SNS나 인스타그램 그리고 유튜브를 통한 사과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또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를 고려해 소과 중심의 맞춤형 사과 생산에 중점을 맞추며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과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 올해부터는 다시 대과로 생산을 변화할 계획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끊임없이 성장하는 농업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민 씨는 “귀농을 결정하고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지난 3년간의 시행착오가 성장의 밑거름이 됐고 향후 농사에 이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사과 생산을 넘어 사과농사의 클라이막스는 아직 남았다고 말한다. 특히 새로운 소득원으로 그는 사과를 이용한 가공품을 꼽는다. 특히 요리사의 경력을 살려 한국에서 아직까지 출시되지 않은 요리 첨가물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그는 농장 한켠에 가공시설을 만들고 내년 3월경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준비도 마쳤다.
민 대표는“사과를 단순히 생산하고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공품으로 만들어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할 계획”이라며 “현재 가공식품으로 사과칩, 분말 등 많은 식품들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고 한국에 없는 사과를 이용한 요리첨가제 연구도 가시화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마케팅이 수익을 만든다
민천홍 청창농은 2018년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에 선정된 후 농업을 생산, 가공, 유통의 3단계로 규정하고 3단계가 모두 충족돼야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즉 농사도 중요하지만 가공과 판매 역시 큰 몫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이후 기존 판매망에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다.
특히 오프라인 판매장을 다녀본 결과 소비자들이 한정된다는 단점에 더 많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알리고 싶어 온라인 홍보를 시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기존 도매 위주의 거래방식을 차츰 SNS 등의 뉴미디어로 판매 방식을 전환한다. 이같은 결정에는 당시 파워 블로거로 활동했던 와이프의 도움이 컸다.
발상의 전환은 차츰 농장의 수익 증대로 이어졌다.
민 씨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으로 지난 4년간 홍홍사과를 판매하고 있지만 초창기 2년까지는 소득이 많지 않았다”며 “꾸준한 홍보로 지난해부터는 주문이 크게 늘어 초창기 대비 판매금액이 30배 정도 수익을 냈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올해부터는 유튜브 등을 통해 판매량을 늘려볼 생각”이라며 “현재까지는 부모님 사과를 주로 판매 했지만 점차 판매량이 늘고 있어 서머킹 등 소비자가 원하는 사과를 맞춤형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 역시 친환경을 슬로건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홍홍사과는 해발(550m)이 높고 일조량이 많아 사과의 색이 좋고, 고랭지에 위치해 기온의 일교차가 커 평균 14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청정산간지역으로 지하수를 관수로 이용해 사과재배의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더해 그는 제초제를 쓰지 않고 호르몬제 비대제를 사용하지 않는 점을 소비자에게 직접 어필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조건에 GAP, 무농약 인증, 저탄소 인증 친환경농법으로 ‘아무 때나 가서 사과를 따먹을 수 있는 사과’를 생산해 믿고 먹을 수 있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물론 친환경 농법으로 사과의 생산량은 일부 줄었지만 소비자 신뢰를 통해 향후 소득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민씨는 말한다.
민 대표는“사과농사 시 1년에 농약 사용을 7~8회로 최소화 하고, 초생재배를 통해 유기질의 양을 늘리며,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농약역시 석회 보르도액 등 친환경 자제를 미약하게 살포해 타 농장보다 사과의 보존기간을 늘리고 사과판매전 매년 3회, 330여종의 농약 잔류검사를 실시해 믿고 먹을 수 있는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사과임에도 판매 단가는 평균 사과 가격에 맞췄다. 좀더 건강한 사과를 같은 값에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최근 홍홍사과가 주목받는 이유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의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시장 공략은 올해 민씨가 중점을 둔 사업이다.
그는 수도권에서 열리는 프리마켓 박람회, 로컬푸드 등을 방문해 소비자들에게 자신만의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민 씨는 “지난해 부산행사에서 사과를 드신분들의 주문이 많아졌다”며 “상호 대면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소비자는 믿고 사과를 먹을 수 있고 생산자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맞춤형 사과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청년불패, 거창에는 ‘워킹홀리데이’가 있다
현재 경남 거창에 거주 중인 젊은 청년들(청년창업농 3인외 4인, 총 7인)끼리 기지를 발휘해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거창한 파머스’가 그 주인공이다.
‘거창한 파머스’는 현재 ‘(주)농업회사법인 거창한 파머스’로 등록돼 있고 사과를 생산 청년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사과가공품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영농기술을 나누며 거창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거창파머스가 주목한 것은 좋은 사과 만들기만이 아니다. 거창에 청년농업인의 거점을 만드는 일에 사과 생산만큼의 힘을 쏟고 있다.
그일환으로 시작한 사업이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이다. 또한 최근에는 학점제 방식으로 청년들의 농촌 인식개선을 돕고 있다.
민 씨는 “대구한의대학교와 MOU를 통해 거창에 거주하며 농촌 체험을 연계한 마케팅을 시작했다”며 “학생들은 법인농장에서 생산하는 사과를 이용하여 각종 SNS에 업로드를 하며 홍보, 판매 돕고 있고, 마켓을 통한 시식과 홍보도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워킹홀리데이는 20대의 아이디어를 통해 사과, 사과즙의 홍보와 판매가 이루어지며 농장과 학생 모두 윈-윈하는 구조로 만들어 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 역시 농촌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고 귀농을 선택하겠다는 학생들도 나오고 있다.
민 대표는 “워킹홀리데이는 농식품부의 청년불패 사업 중 제주도 선진견학 당시 제주도 워킹홀리데이 사례를 거창에 적용한 것”이라며 “체험과 융복합 사업을 중심으로 대구 한의대와 올해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반응이 좋아 내년부터는 학점이 인정되는 학기제 수업도 추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워킹 홀리데이’를 통해 동남아 등 국가에서 우리 농장(거창)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도 추진 중”이라며 “내년에는 지자체와 함께 거창 워킹홀리데이센터 건립추진 등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