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푸른사과 대표 "홍보 마케팅에 열 올리는 창업농, 농장 환경부터 살펴야"
변화하는 농업에는 새로운 마케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성공한 농업인의 마케팅 노하우의 현재 농업을 준비하는 청년 창업농들의 마케팅 사례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저는 아직도 멀었어요. 이제야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한 마디 한 마디 언급할 때마다 고개를 떨군 그의 모습에선 그간 느낀 복합적인 심경이 엿보였다. 반성과 억울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었지만, 이내 활짝 웃었다. 푸른사과농장 대표 김영주(38)의 얘기다.
지난 6일 충북 청주시의 한 상가 단지에서 김영주 대표를 만났다. 그는 불과 2년 전, ‘고용갑질’ 사유로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집단 파업이라는 뭇매를 맞은 경영주다. 겉잡을 수도 없이 퍼진 소문은 당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앗아갔다. 셀 수 없는 고객들을 잃었고 한 해 매출은 바닥을 쳤다.
이후 2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김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농업인들에게 ‘닮고 싶은 꿈의 모델’로 평가 받는다. 농장 직원 뿐만 아니라 농식품을 취급하는 유통업체에서도 그와 동업을 하고 싶다는 극찬이 쏟아진다.
이는 그가 지닌 경영 신념에서 비롯됐다. ‘경영주의 이윤을 챙기기 전에 직원들의 노고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 농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먼저 농장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이를 해결해주는 경영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의 하루 일과는 간단명료하다. 농장 직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경영주가 직접 서포트해주는 것이다. 농장과 거주지가 먼 직원들도 있는 만큼 픽업 차량도 별도로 운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의 ‘고용갑질’ 논란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김 대표는 “고용인들을 위한 특별 수당(업무 성과 달성 시 보너스 지급)을 도입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지난 7~8월 여름 무더위에 지친 직원들을 바라보며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주어진 하루 일과를 모두 완수할 시 보너스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노동 강도에 따라 수당금액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등 세밀함도 보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오전, 오후 파트 종사자들 간 신경전이 불붙었다. 어느 시간대의 근무자가 더 노동 강도가 높은지를 두고 각종 설전이 오갔다. 당시 김 대표는 오후 2시 경 평균 기온이 38도에 육박하는 점을 반영, 오전 시간 종사자들의 손을 들어줬고, 오전 종사자들로부터 집단 반발을 샀다.
김 대표는 “당시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좋은 의도로 기획됐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희석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적성이 맞지 않는 직업군이라는 생각도 들었기에 농업 종사를 포기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러나 한편으론 이를 계기로 더 좋은 농장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다. 어느 누구에게나 시련은 주어지기 마련이기에 이를 꼭 견뎌내고 싶었다. 지금은 연 소득 3억 원의 중소기업으로 점차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농업인들에게 따뜻한 조언과 날카로운 충고의 말도 함께 전했다. 그는 “젊은 창업농들은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 반드시 이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제품 판매를 위한 대외적인 홍보 마케팅도 기업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그 전에 자신의 농장 삶이 어떤지, 직원들의 종사 환경은 어떤지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양말을 입고 신발을 신는 것이지, 신발을 신고 양말을 입는 사람은 없다. 농장과 직원들을 돌볼 줄 아는 책임감 있는 창업농이 되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