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시간대, 음식물 냄새에 애정행각까지..."점입가경"

'겨울왕국2를 관람하기 위해선 심야 시간대로 예약해야 한다'는 충고들이 나온다. 아이들의 소음 때문에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노키즈관(어린이 입장불가 상영관)'에 대한 필요성까지 언급된 상태다. 그런데 실제 심야 시간대를 이용한 관람객들은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무슨 연유일까? <핀포인트 뉴스>는 실제 현장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이날 새벽 현장을 방문해봤다. -편집자주-
"차라리 애들이 백 배, 천 배 낫네요. 모두가 함께 있는 영화관에서 뭐하는 짓인지"

지난 8일 오후 11시10분 롯데시네마 가산디지털단지점. 막 ‘겨울왕국2'를 시청하고 나온 채승희(26·여) 씨는 탄식을 금치 못했다. 아이들의 소음공해를 피해 심야 영화를 시청하러 왔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영화 몰입을 방해했다. 휴대폰 벨소리, 애정행위 등 성인 관람객들의 비배려적인 행위가 빗발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날 채씨가 관람한 ‘겨울왕국2’ 상영관 현장에서는 영화 시작부터 모 관람객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전작인 1편과 2편을 잇는 주요 대사들이 휴대폰 벨소리에 묻혔다. 어린 자녀들 대신 70여 명의 성인 관람객만이 자리를 메웠지만, 관람객들의 소음공해는 증폭되기만 했다.

성인 커플의 애정행위도 영화 몰입을 방해한 주요 요소 중 하나다. 감명적인 대화가 오가는 장면마다 젊은 남녀의 진한 스킨십이 이어졌다. 채씨는 “애니메이션 성우들의 목소리 대신 연인들의 쪽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 의식 자체가 아직 높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8일 오후 11시 롯데시네마 가산디지털단지점 매장 전경. 어린 자녀들은 찾아볼 수 없고 성인 관람객만이 영화관 티켓 부스를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안세준 기자.

불과 4일 전, 주중 시간대에 동일한 영화(더빙판)를 시청한 채씨는 영화 상영 도중 발생한 아이들의 잡담, 웃음 소리로 영화를 집중 감상할 수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고자 이날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하다못해 어린 아이들은 함께 온 부모들이 통제하거나, 스스로 주위 눈치를 살피기도 한다"면서도 "성인 관람객들은 그런 것도 없다. 마치 자신들의 안방극장에 있는 듯한 추태를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겨울왕국2’의 실제 심야 상영관 분위기는 어떨까. 잠시 후 입장이 진행되는 5관 상영관으로 향했다.

반입불가 음식물에 통화 소리까지…자유분방한 관람객들

굳게 닫친 상영관 5관의 문을 열자, 칠리소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입구 위편에 앉은 관람객들이 햄버거 비닐을 벗기면서부터다. 롯데시네마 측은 음식물 반입가능 품목에 대해 '향이 강한 음식은 제한한다'고 규정해 놨지만 관람객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영화 러닝타임이 중반부에 도달할 무렵, 갑작스레 걸려 온 통화를 받는 관람객도 눈에 뛴다. 영화가 상영 중에 있음에도 통화 상대에게 영화 줄거리, 소감 등을 구절구절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다.

채씨가 언급한 연인들의 과도한 애정행각도 포착됐다. 상영관 중간열에 위치한 한 커플은 조명이 어두워질 때마다 입술을 맞대곤 수근거린다. 제 주인을 찾지 못한 ‘커플 전용석’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공공 에티켓 사라진 '겨울왕국2'...왜

에티켓을 지키지 않은 관람객들의 공통점은 평소 상영관에서 영화를 즐겨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겨울왕국2가 대국민 영화로 급부상하면서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소비자들이 대다수다. 휴대폰 무음 처리, 향이 강한 음식물 섭취하지 않기 등 영화관 에티켓을 미쳐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상영 도중 통화를 받은 방문객 김수미(55·여) 씨는 “오랜만에 딸에게 전화가 와 급하게 받았다”며 “평소 상영관보다는 집에서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라고 언급했다.

4년 만에 영화관을 방문했다며 자신을 소개한 이모(익명요구·남) 씨는 5관 상영관에 칠리소스 냄새를 풍긴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영화관 내에 반입불가 음식물이 있었는지 미쳐 몰랐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니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답했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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