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우선순위 축 기울어”…저녁이 있는 삶에 만족 VS 업무량 증가에 혜택 줄어 반응도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점심시간을 이용해 여의도 공원을 산책 중인 직장인들. 이들은 52시간 근무제가 삶의 축을 바꿨다고 말한다.

“예전과 달리 요즘 직장인들은 일만하지 않아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일 보다 가정 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소위 말해 가정보다는 일이 곧 성공이며 행복한 삶을 만든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셈이죠.”

25일 점심시간 여의도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직장인들은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다고 답한다.

특히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가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인 이 가장 중요하다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안착에 주요했다고 입을 모은다.

답변 중 이 제도의 찬성하는 입장은 남성보다 여성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같은 날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13세 이상 표본인구 3만 7000명 가운데 일과 가정생활의 우선도를 묻는 질문에서 '둘 다 비슷'하다는 답변이 44.2%로, '일을 우선시'한다는 답변(42.1%)보다 많았다.

또 '가정이 우선'이라는 답변도 13.7%를 기록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일이 우선'이라는 답변이 53.7%에 달했고 '둘 다 비슷'하다는 답변은 34.4%와 비교하면 상당부분 인식이 변화한 셈이다.

특히 주52시간제가 확대되기 시작한 2017년 조사와 비교하면 변화의 양상이 뚜렷하다.

2017년 당시에는 '일이 우선'이라는 답변이 43.1%로 나타냈고, '둘 다 비슷'하다는 답변이 42.9%로 껑충 뛰어오르면서 두 답변의 격차가 크게 좁혀지기 시작한다. 이후 2년만에 처음으로 일보다 가정에 무게추가 기울어졌다.

연령대별로는 19~29세는 '일을 우선시'한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긴(50.3%) 반면, 30대 이상은 모두 '둘 다 비슷' 답변 비중이 더 높았다.

다만 남성의 경우 여전히 '일을 우선시'한다는 답변이 48.2%로 '둘 다 비슷'하다는 답변(40.3%)보다 더 높았고, '가정생활을 우선시'한다는 답변은 11.6%에 불과했다.

반면 여성은 '둘 다 비슷'하다는 답변이 49.5%에 달했고 '가정생활을 우선시'한다는 답변도 16.6%나 됐지만, 일을 우선시한다는 답변은 33.8%에 그쳤다.

이러한 답변의 차이는 맞벌이 시대에도 여성과 남성에게 부과되는 육아, 가사 부담이 다른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읽힌다.

여의도 공원에서 만난 A 모씨(29세 여성)는 “52시간 근무제 이후 비슷한 연령대의 동료들이 동호회 등에 참석하는 비중이 늘고 일부는 대학원 등을 준비하는 동료도 있다”며 “입사 때를 생각하면 많은 부분의 변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52시간 근무제가 2년여의 시간을 거치며 이제 정착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며 “처음에는 오히려 불편했지만 이제는 장점이 더 많은 제도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부서에서 일한다는 B 씨(38세 여성팀장)는 52시간 근무제가 유연한 시간 사용과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을 만들었다고 호평했다.

B 씨는 “30~40대 연령층의 직장 맘들은 대부분 육아 때문에 회사 근무를 망설이게 된다”며 “이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시간에 쫓겨 아이들을 찾아야 하는 문제 등에서 다소 여유를 찾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야근 등을 할 수 없고 처리해야 할 업무량은 그대로다 보니 다소 업무에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 이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어 꾀 잘 만든 제도라는 생각”이라며 “최근에는 아이 돌보미 보다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아이들이 더 좋아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제도가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법적 의무만을 강조하다 보니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마케팅 일을 담당하는 C모씨(43세 남)는 “야근을 꼬박꼬박 해야 되는 상황이지만 52시간 근무제가 뿌리내리고 야근 수당 받는 것도 껄끄럽게 됐다”며 “팀 특성상 바이어를 만나는 출장이나 거래처와의 저녁약속 등은 업무의 연장선으로 휴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매번 상사에게 쉬겠다고 말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 했다.

이어 그는 “업무량은 변화가 없고 초과 업무에도 혜택도 얻기 힘든 제도적 허점이 분명하다”며 “기업의 특성과 업무적 특성을 고려해 법적 제제가 아닌 기업에 자율적으로 위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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