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플래너' 한 달도 안 돼 매진 행렬...동종업계 스벅 따라 '한정판 노예' 겨냥한다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연말을 맞아 신년 다이어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 중 각종 커피를 마셔야만 얻을 수 있는 한정판 다이어리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제공하는 연말다이어리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으며 한시적으로 제공되는 제품이라는 특성으로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스타벅스를 선두로 큰 호응을 얻자 이어 경쟁업체들도 앞다퉈 다이어리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반면, 커피업계가 한정판을 빌미로 과도한 상술을 펼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당 다이어리를 얻으려면 7만원 이상을 지출하도록 조건이 돼 있을 뿐 아니라, 별도 사은품인 로고가 박힌 와펜이나 펜세트는 구매 할 수 없도록 제한했기 때문. 이에 업계가 지나치게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시작한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e-프리퀀시 이벤트는 출고가 한달도 안 된 시점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e-프리퀀시 이벤트에서는 스타벅스 플래너와 함께 펜세트를 증정품에 추가한 게 특징이다. 일부 지점에서는 벌써부터 재입고를 기다리는 손님들도 나타나고 있다.
커피전문점 내 다이어리는 자사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담아 제작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에게는 다이어리가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자 소장품이 된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앞서 스타벅스는 MD 전담팀을 따로 구축해 상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다이어리를 판매하는 연말 11월~2월은 스타벅스 매출 성수기로 통할 정도다. 실제로 스타벅스 측은 11, 12월 매출이 다른 달보다 평균 20%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업계에서 다이어리는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브랜드 친밀도 향상에도 기여한다"면서 "다이어리는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오는 직접적인 유인책이 될 뿐만 아니라, 1년 내내 곁에 두고 쓸 수 있다는 제품 특성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업계가 만만치 않은 가격대로 다이어리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스타벅스는 시즌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을 마신 고객에게 다이어리를 증정한다. 행사를 진행하는 두 달여간 최소 7만원 이상을 써야 한 권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다이어리는 3만2500원에 별도로 구매가 가능하지만, 전체 5종의 색상 중 2종으로 선택 폭을 제한시켰다.
타 경쟁업계에서도 스타벅스와 유사한 전략으로 다이어리 홍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이디야커피는 멤버십 애플리케이션 '이디야 멤버스'에서 이디야 카드를 7만원 이상 충전하는 고객 5000명에게 선착순으로 플래너, 캘린더, 볼펜, 와펜 등으로 구성된 플래너세트를 증정하고 있다. 커피빈도 선불카드에 7만원 이상을 충전해야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투썸플레이스와 커피빈은 시즌음료를 포함시킨다는 조건 하에 각각 16잔과 10잔을 마시도록 매우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업계가 한정판을 빌미로 다이어리에 과한 가격을 책정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소비자 김보현 씨는 "다이어리 하나에 10잔이 넘어가도록 마시게하는 건 너무 과한 게 아니냐"면서 "예전에는 한 잔만 마셔도 2개를 적립해줬는데, 인기가 많아지니 점점 교환권을 얻어내기가 힘들어지는 거같다"고 말했다.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 탓에 다이어리를 산 사람들은 '한정판 노예'라는 우스개소리가 퍼질 정도다.
또 다른 소비자 이지원씨는 "매번 다이어리를 살때마다 '노예'가 된 거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는 다이어리를 미끼로 일부러 음료를 많이 마시게 만드는 걸 이를 알면서도 이벤트 기간마다 습관적으로 사마시게 되기 때문"이라면서 "그럼에도 매년 새로운 굿즈를 수집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다이어리가 소진되버리기 전에 손에 얻을 때 성취감도 큰 편"이라고 밝혔다.
업계 측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한 취지에서 시행된 프로모션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보다는 고객 만족도 차원에서 다이어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매년 다이어리에 변화를 주면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굿즈(goods)도 함께 제공해 가심비를 높였다"고 말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