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얼룩진 '미쉐린', 올해도 공정성 논란…20억 정부 예산 되돌려 받아야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인 ‘미쉐린 가이드’가 돈으로 식당의 별점을 준다는 의혹이 나오며 신뢰성과 공정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올해는 무난하게 넘어가는 듯싶더니 2년 연속 ‘별 장사’ 논란이 제기되며 과연 정부 예산을 투입해 끌어온 미쉐린을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마저 나온다.
미쉐린 가이드 측은 최근 제기된 논란과 관련한 모든 의혹들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쉐린으로 부터 별점을 받은 신라호텔의 라연 등에 부당거래 당사자로 꼽힌 인물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며 의혹이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식당 윤가명가를 운영하는 윤경숙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미쉐린이 컨설팅 비를 받고 레스토랑에 별을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일명 ‘미쉐린 브로커’가 존재한다는 것.
윤 대표가 미쉐린 브로커로 지목한 인물은 미국인 어니스트 싱어다. 싱어는 미쉐린 가이드 컨설팅을 미끼로 별점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며 금품을 요구한 것.
윤 대표는 컨설팅을 제안하며 접근한 어니스트 싱어가 이미 2014년부터 2016년 말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발간된다는 내부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가 컨설팅을 대가로 연간 4만달러, 우리 돈 약 5000만원에 더해 심사위원들의 체류비 등까지 연간 2억원 가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며 결국 돈이 별점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 까지 나온다.
아울러 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간 첫해부터 3스타로 이름을 올린 광주요그룹의 한식당 ‘가온’과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이 모두 같은 인물에게 컨설팅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 역시 싱어의 존재와 컨설팅 경험을 인정했다. 물론 자신들의 별점과 무관하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미쉐린가이드 측은 여전히 금품을 받고 별점을 주는 일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의혹의 당사자인 싱어의 뒤에는 미쉐린 가이드 아시아 총괄 알렝이 연류 됐다는 보도가 나오며 이미 신뢰와 공정성이 훼손 됐다는 지적이다.
미쉐린 가이드를 둘러싼 논란에 일각에서는 개인 소유의 레스토랑과 미쉐린 가이드의 문제라며 사건을 축소하기도 한다.
사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이 미쉐린이 의도하고 직접 만들었다면 이 기관의 문제로 국한될 수 있다.
그러나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 발간 시 논란을 되짚어 보자.
이미 국정감사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식진흥원이 미쉐린 가이드 한국판 발간을 위해 20억원의 예산을 들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문체부와 진흥원은 미쉘린 가이드의 명성을 이용해 외국에 한식을 홍보하자는 의도로 서울판 유치를 위해 미쉘린 측에 거액을 건넨 셈이다.
이는 미쉘린 가이드만이 가지고 있는 신뢰성과 공정성에 기반한 투자였다. 그러나 돈을 받고 별점을 준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쉘린 가이드가 스스로 신뢰성과 공정성을 잃으며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
이런 만큼 우리 관련기관은 미쉐린 가이드 유치에 사용한 정부 예산을 돌려받아야 한다.
이에 앞서 이번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에 신규 선정된 2스타 식당 2곳(모수·임플레션)과 1스타 식당 7곳(떼레노·묘미·보트르 메종·에빗·오프레·온지음·피에르 가니에르)을 포함해 총 31곳의 스타 식당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필요하다.
이러한 철저한 검증만이 누구도 의문을 표하지 않고 진정 미쉐린 가이드의 숨은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