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사태 이후도 유아용품부터 선크림까지 유해성분 검출 이어져…케미포비아에 여전히 불안한 소비자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가정주부 이주현(33)씨는 최근 생활화학제품 사용에 걱정이 많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혹시나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유기농 수입제품에 손이 가는 경우가 늘었다.

그러나 이 제품들 역시 화학제품으로 인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믿고 사용해야 할지 걱정이다.

이씨는 “제품에 표기된 성분을 꼼꼼히 읽어보고 맘카페 등을 통해 정보를 확인해 보지만 위해성 여부까지 알기는 어렵다”며 “특히 아이가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검증된 제품을 사용한다지만 가습기살균제의 공포를 떨쳐 버릴 수 없다”고 걱정한다.

이 씨처럼 화학물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에 성분을 따져 더 안전한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케미포비아(Chemical+Phobia·화학물질 공포증)’라고 한다.

케미포비아는 가습기살균제가 사건 이후 더욱 불거졌지만 소비자들에게 케미포비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화학제품이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가습기살균제 사태부터다.

엄청난 인명피해를 준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에도 다이옥신 기저귀, 살충제 계란, 메탄올 물티슈, 발암물질 생리대까지 화학물질 관련 논란이 줄을 이으며 소비자의 걱정은 그만큼 커졌다.

문제가 된 제품들은 국내외 대기업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판매된 제품이라는 점 역시 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의 원인이 된다.

최근 2년간 한국소비자원과 국가기술표준원의 유해물질 검출 제품을 목록을 살펴보면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기우가 아님이 드러난다.

2017년 2월 한국소비자원은 헤어미스트 제품 성분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유해물질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CMIT, MIT는 2015년 7월에 개정된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물에 씻어내는 일부 제품에 한해 사용이 가능하도록 규정된 성분이다.

하지만 조사대상인 헤어미스트 제품은 씻어내지 않는 제품임에도 CMIT, MIT가 각각 5.1㎍/g, 1.6㎍/g 검출됐다.

같은 해 7월에는 반려동물용 탈취제와 물티슈에서 가습기살균제 유해물질인 CMIT, MIT 등이 검출됐다.

이는 유통·판매 중인 스프레이형 탈취제 21개, 물티슈 15개 제품에 대한 유해물질 시험검사와 표시실태 조사를 한 결과였다.

10월에는 안전기준이 엄격한 어린이 제품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검출된다.

특히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가지고 노는 핑거페인트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 MIT가 검출되며 우려를 키웠다.

한국소비자원은 안전성 시험 결과, 조사대상 20개 중 10개(50.0%) 제품이 방부제, 미생물 등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설명했다.

특히 6개 제품은 미생물로 인한 부패방지 목적으로 사용한 CMIT·MIT·CMIT+MIT가 안전기준을 6배나 초과 검출됐다.

지난해 1월에도 아동용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국가기술표준원이 겨울철 야외활동용품, 어린이제품 및 완구류, 학용품 등을 조사한 결과 33개 업체 49개 제품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 MIT 등의 성분 검출됐다.

같은 해 3월에는 시중에 유통 중인 일부 물티슈에서 방부제 성분인 메탄올이 검출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 MIT이 든 물티슈도 발견됐다.

메탄올은 10㎖ 섭취 시 실명, 40㎖ 섭취 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이어 12월에는 어린이 제품, 생활·전기용품 46품목 총 1366개 제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중 유통 중인 액체괴물 190개 제품 중 76개 제품을 적발했다.

76개 중 73개 제품에서 가습기살균제 유해성분인 CMIT와 MIT가 검출됐다.

이외의 제품들은 아동용 액체괴물, 아동・유아용 섬유제품, 학용품, 어린이용 가죽제품, 유아용 의자, 보행기 1개, 유아용 침대, 유아용캐리어, 어린이용 장신구, 어린이용 가구에서도 각각 기준치 이상의 폼알데히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납이 검출되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유기농 제품으로 만들어 졌다는 수입 세척제에서도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식품안전처 조사결과에 따르면 쁘띠엘린이 수입·판매하는 캐나다 주방세제 브랜드 에티튜드를 포함한 일부 수입 세척제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통관 금지 및 폐기 조치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 위생용품 세척제를 통관 및 유통단계에서 검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CMIT, MIT가 검출돼 통관금지 및 수거·폐기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맘카페를 중심으로 유아용 세척제로 안전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있는 제품군이다.

때문에 다른 유아용 세척제에 비해 비싼 값에도 아이를 둔 가정에서 안전성을 믿고 구매했지만 유해물질이 검출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외에도 지난 7월 분사형 세정제와 살균제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알려진 CMIT, MIT가 검출됐고 일부에서는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균보존제가 검출됐다.

또 지난달 2일에는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비눗방울 장난감 23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3개 제품에서 완구에 사용이 금지된 CMIT와 MIT가 검출됐고 14일에는 소비자 직구로 잘 알려진 국내외 화장품 3종에서도 MIT 성분이 검출됐다.

잊을 만하면 또 터져나오는 '가습기살균제' 유해물질 검출이 유아용 제품군에서도 2년간 10차례 넘게 나온 셈이다.

결국 기업도 정부도 믿지 못하는 소비자는 생활화학제품 소비를 줄이고 있다.

실제로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연이어 이어진 유해물질 검출로 대형마트의 표백제·방향제·탈취제·섬유유연제 등의 매출은 매년 20~50%(한국소비자원) 감소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성과 기능성을 갖췄다고 여겨지는 해외 제품이나 천연유래성분, 유기농 등을 내세운 프리미엄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프리미엄 상품군의 대표주자는 물티슈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필수품인 물티슈는 최근 ‘안티몬(Antimony) 프리’ ‘천연유래성분’ ‘무無화학첨가물’ 등을 내세운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기존 제품에 비해 최대 10배 가까이 비싼 가격이지만 프리미엄 물티슈의 판매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프리미엄 제품 역시 화학성분 없이는 제조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생활용품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해서 성분에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며 “결국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화학물질은 프리미엄 제품에도 빠질 수 없고 케미포비아가 결국 은근슬쩍 가격 올리기 위한 핑계거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화학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결국 화학제품에 대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며 “특히 아이들의 제품들은 더욱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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