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 엄마들, 현실 부조리 거침없이 전달…모든 아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성장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만 3년을 훌쩍 넘긴 지난 2016년 9월 25일 평범했던 한 가족에게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당시 4살이었던 최은주 씨의 큰 딸은 집 근처 맥도날드에서 점심으로 불고기버거를 먹고 장출혈성대장균 감염 후유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일명 햄버거병에 걸렸다.
최 씨는 맥도날드 햄버거의 덜 익은 고기 페티가 병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맥도날드를 고소했다. 그러나 법의 판단은 냉혹했다.
검찰은 '용혈성요독증후군'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생겼다는 걸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2018년 2월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한다.
경기도 평택에 거주 중인 최 씨는 왕복만 4시간여가 걸리는 시간을 내서 서울을 오가며 거대기업과 싸움을 시작한다.
여전히 맥도날드는 고통을 받고 있는 아이와 가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지만 최 씨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바로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이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때로는 같이 때로는 각각 최 씨를 도와 맥도날드의 부당함을 함께했다.
최씨를 도와 이른바 ‘햄버거병’ 사건과 관련해 한국맥도날드에 대한 시민단체 고발인들을 모집하는가 하면 1인 시위에 동참하며 맥도날드 OUT을 외쳤다.
그리고 지난 11일 마침내 법원 조정에 합의하며 한국맥도날드의 항복 선언을 듣는다.
아직 검찰의 재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정부분 사건이 마무리된 셈이다.
◆3년간의 긴 싸움 일단락
'햄버거병' 논란으로 이미지 타격을 입었던 맥도날드가 결국 처음 문제가 됐던 아이의 어머니와 합의하며 사태 해결에 본격 나섰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11일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앓고 있는 어린이의 어머니와 법원 주재 하에 합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는 법적공방을 제외하고도 앞으로 어린이의 건강회복을 위해 지금까지 발생한 어린이의 치료금액은 물론, 앞으로 필요한 치료와 수술비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3년간의 지루한 싸움이 일단락 된 셈이다.
그러나 맥도날드의 합의안에는 좀 색다른 조건이 따라 붙었다.
합의안에 따르면 양 측은 향후 양 측 입장을 대변하거나 이용하고자 하는 제 3의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해서 더 이상 일체 관여하지 않고 어린이의 치료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또 이후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더 이상의 논쟁을 종결키로 했다는 내용이다.
맥도날드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회사 측의 무죄 주장에도 끊임없이 제품 청결에 대한 논란과 함께 '햄버거병' 이미지가 대중들 사이에서 고착화되자 한 발 물러선 셈이다.
또 최 씨를 도와 맥도널드에 직접 압박을 가했던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더 이상 맥도날드를 압박하지 못하도록 관련 논란의 확산에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엄마들이 뭉치면 강력해 진다
그렇다면 맥도날드는 왜 합의에 이 같은 조건을 명시적으로 내걸었을까?
이유는 이미지 손상에 따른 매출하락과 검찰 재주사에 대한 부담감이다.
지난 3년간 맥도날드는 일명 햄버거병과 자신의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여기에 법적 판단까지 맥도날드에 손을 들어주며 사건이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최 씨와의 싸움에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이 가세하며 판도가 바뀐다.
여기에 최근 맥도날드 직원의 제보로 비위생적인 조리실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며 또 다시 파문이 일었다.
맥도날드는 억울함을 주장하며 전 매장에 대한 위생 점검뿐만 아니라 조주연 맥도날드 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응팀을 꾸리고, 임직원이 직접 나서 사실 관계를 바로 잡기 위해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허위 사실 대응에 적극 나섰다.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지난 1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회사와 임직원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해 더는 간과할 수 없어 해당 사안을 경찰에 정식 수사 의뢰 할 것”이라며 “일부 개인 또는 단체의 일방적 주장으로 인한 피해에 강경하고 단호한 대처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분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개인과 단체에 더 이상 근거 없는 비방을 중단해 줄 것을 호소 드린다”면서 “이번 일을 더 열심히 하라는 고객님의 충고로 겸허히 받아들이며, 안심하고 드실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햄버거병을 주장하는 최 씨 뿐만 아니라 최씨와 함께 맥도날드를 압박하는 정치하는 엄마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맥도날드가 제보자 압박에 나섰다며, 최근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 페티 및 위생문제 등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후 사태는 더 커졌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맥도날드가 수사 과정 중 직원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재조사를 요구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재수사 여지를 남겨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맥도날드가 서둘러 최 씨와 합의점을 찾아 사건을 마무리해야 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동안 공론화되지 않았던 ‘햄버거병’ 문제는 엄마들을 통해 더욱 공론화 됐고, 맥도날드 매장의 위생문제가 불거지며 이미지 타격은 물론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검찰의 재수사가 현실화 된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점쳐진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한국맥도날드의 대장균 오염 사실 은폐에 국민 중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사실을 감안해, 한국맥도날드를 상대로 고발을 진행하는 등 불매 운동을 펼쳤다”며 “지난 3년간 햄버거병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맥도날드가 정치권의 압박과 재수사 등에 앞서 치료비를 걱정해야 했던 피해자와 서둘러 합의를 종용한 이유는 이 사건이 재 점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공동대표는 “현재 정치하는 엄마들은 맥도날드 퇴출 뿐만 아니라 사립유치원비리대응, 스쿨미투, 핑크노모어,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 등 우리 아이들의 직면한 문제를 프로젝트 형태로 풀어나가고 있다”며 “향후 아이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올 곧게 자라날 수 있도록 조직된 엄마들의 현실 목소리를 꾸준히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