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팔아야한다는 점주들, 재고품이라도 생기면 '난감'...'다품종 소량구매'로 폐기량 최소화 전략 공유도

일본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빼빼로데이 매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불매운동을 의식한 유통업계는 "빼빼로데이를 전폭 축소하거나 행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편의점은 문구만을 슬쩍 수정한 채 유사한 행사를 지속하고 있어 행사 보이콧이 눈속임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매 제품을 대상으로 한 판촉행사 또한 그대로 진행돼, 애먼 점주들 속만 태우고 있다는 모양새다.

6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빼빼로데이에는 일본 불매운동을 고려해 빼빼로데이 행사를 대거 축소하거나 행사를 진행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실제 방문한 현장에서는 이와는 상반된 모습이 발견됐다.

지난 5일 기자가 찾은 편의점 3사에서는 오히려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행사 진행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각 편의점에는 매장 외관부터 제법 화려한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각 편의점에는 11월 11일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고, 빼빼로와 초콜릿이 함께 담긴 꽃다발과 바구니가 선반 위에 가득했다. "플래카드를 제작하지 않는 등 홍보를 대폭 축소하거나 진행하지 않겠다"는 업계 측 공식 입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사진=빼빼로 등 제과류가 매장 외관에 놓인 모습. 차혜린 기자.

업계는 불매운동을 의식해 '빼빼로데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을 뿐, 실제 판매하고 있는 행사 제품 제과류는 기존 빼빼로데이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매장 내부에는 빼빼로데이라는 대신 '할로윈데이', '하나더데이' 그리고 '스윗 데이'등의 문구로 대체하는 등 소비자들의 시선을 의식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불매운동 대상이 된 '포기', '롯데제과' 등의 제품이 그대로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한편, '반값행사' 등 불매제품과 관련한 판촉행사도 빼빼로데이와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대한 편의점 업계의 태도에 반발하고 나섰다. ​

익명을 요청한 소비자 A씨(44세)는 "최근 맘카페 내부 제보를 통해 업계에서 일본 빼빼로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라면서 "업계의 눈속임에 넘어가지 않도록 더 불매운동을 철저히 해야한다"며 호소했다.

사진=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한 편의점에서 상품 재고를 가득 들여오고 있는 모습. 차혜린 기자.

이번 불매운동 여파 속에서 빼빼로데이를 진행해야하는 점주들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경우에 따라 팔리지 않은 행사제품의 재고량을 점주가 책임져야하기 때문. 기자의 질문에 한 편의점 점주는 "업계마다 행사제품 처리를 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만일 이번 행사와 관련해 본사측에서 재고량을 해결해주지 않을 경우에는 곤란할 따름"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또한 점주들은 빼빼로 상품의 폐기량을 줄여 손실이 나지않게 하는 것이 올해 최대 난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모 편의점 업계 커뮤니티에서는 편의점 점주들이 불매운동의 여파를 한층 깊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계속되는 반일감정으로 빼빼로데이가 지난해만큼 인기를 끌지 못할것이란 관측에서다.

빼빼로 제품을 예약 발주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고민글도 이어졌다. 해당 글에는 "일본업계 제품인 포키는 아예 발주를 포기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었다.

또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해체판매가 가능한 상품을 위주로 구매하거나, 소량 다품종으로 빼빼로를 발주하는 전략을 세웠다는 언급도 다수 포착됐다.

업계 점주로 추정되는 글에서는 "올해만큼은 해체판매가 가능한 상품들 위주로 준비해 나중에 따로 소포장해 판매할 계획이다"거나, "폐기 로스(loss)를 대비하려면 여러개 종류를 소량만 구비해놓는 것도 방법"이라는 등 대처 방안을 공유하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빼빼로데이 행사를 열지 않겠다는 업계는 이번 행사는 빼빼로데이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하나더데이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맞춰 진행된 기획행사로 빼빼로데이와는 다르다"라면서 "플랜카드나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는 하지 않기로 한 것이지, 빼빼로 판매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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