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전 재산을 털어 집을 사는데 실물도 못보고, 준공 시점에 주택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집을 사는 것은 누가봐도 비정상 이죠. 하자아파트라는 불명예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후분양제를 도입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입주 4개월 만에 안방 욕실 좌우 문틀에 곰팡이가 생기고 이곳에서 5∼6㎝ 크기 버섯은 뜯어내도 계속 자라고 있다.

올해 1월 말 입주한 부산 해운대 한 신축아파트는 1152가구 중 곰팡이 등 하자가 확인된 곳만 80여 가구가 넘는다.

최근 제기된 신축 아파트 하자의 대표 사례다.

이곳을 제외하고도 전국 방방곳곳의 신축아파트에서는 하자에 대한 입주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혁신적인 변화가 없이는 하자 아파트는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는다.

또 선분양이 아닌 후분양제도의 도입이 그 변화의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들어 온 민원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2011년 327건, 2013년 1954건, 2015년 4244건 등으로 해마다 분쟁 민원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건설 기술력은 발전했음에도 하자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로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꼽는다.

아파트 하자 민원에도 입주자들이 대형 건설사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실제 입주자들은 아파트 하자를 놓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 시공사와 지루한 싸움이 이어진다.

국토부 하자심사위원회가 전문가가 주택을 방문해 하자 여부를 확인하고 지자체에 과태료 또는 벌금 부과 명령을 내리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입주민들은 시공사와의 소송으로 하자 판정과 배상을 받기까지는 길게는 수년씩 걸려 지루한 싸움이 예고된다.

문제가 공론화 되기 전 대형 건설사의 회유와 협박에 소송을 포기하는 것이 입주자들이 오늘의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후분양제도로 신규 아파트의 하자를 미연에 막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건설사만을 위한 선분양제도가 아닌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후분양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파트가 짓기 전 계약이 이뤄지는 선분양제가 하자 분쟁의 근원적인 문제라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지적은 합리적이다.

선분양제도는 제한된 정보로 계약을 할 수밖에 없고, 입주 전에 돈을 모두 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집을 제대로 짓지 않고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는 이유가 된다.

또 이를 관리하는 감리 역시 시공사에서 돈을 받기 때문에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며 감독 업무에서 제역할을 하기 힘들다.

감리를 완전히 독립시키거나 후분양제도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완성된 집을 선택하는 방법이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쁠게 없다.

소비자는 아파트가 거의 지어진 상태에서 분양받을 수 있어 건물 외관과 실내 구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살 수 있다.

견본주택이 아닌 실제 아파트의 형태와 입지, 구조, 방향도 확인할 수 있는데다 자체적으로 소음과 부실시공 등을 체크할 수 있고 후분야제도를 통해 주택시장의 청약 과열이나 분양권 투기 차단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은 해결해야할 문제다. 건설사가 건설자금 조달 과정에서 생기는 금융비용을 분양가에 포함시킬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목돈을 한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자금적인 문제도 고려대상이다.

선분양제에서 소비자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 형태로 집값을 2~3년간 나눠냈지만 후분양 제에선 계약부터 입주까지 최대 1년 이내에 수억원의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그만큼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후분양 제도가 도입되면 주택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며 적극 저지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이상으로 무서운 제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1970~80년대처럼 주택이 절대 부족한 상황도 아닌데 당시에 건설사 편의를 봐주기 위해 도입한 선분양제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분양가격이 다소 올라갈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원래 선분양받은 소비자가 부담하던 이자와 리스크가 분양가격에 반영되는 것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손해볼 것도 없다.

곰팡이와 물이 줄줄 세는 아파트보다는 일정부분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소비자 효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후분양제도를 이제는 고려해야하는 이유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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