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목포신항 안치에 지역행사 여전히 '미정'...지역경제 위기감에도 국민 도리는 여전'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축제요? 안 한지 오래됐죠. 그 곳만 갈 때마다 가슴이 아려서…"

10일 오후 전남 목포시에서 만난 택시 기사 김성수(52) 씨. 그는 ‘목포는 항구 축제로 유명하지 않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덜컥 눈시울을 붉혔다. 갈치 낚시, 가을 페스티벌, 남악 행사 등 각종 축제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았던 목포였지만, 최근 2년 간 그 어떤 축제음도 들리지 않았다. 목포 시민들의 가슴에 ‘민족의 한’이라는 비수가 꽂혀 있어서다.

목포 신항만 거치소에는 4·16 대국민 참사를 일으켰던 여객선 세월호가 안치돼 있다. 2017년 3월 23일 인양되어 다음 달인 16일 이곳 신항만으로 옮겨졌다. 총 승객 476명 중 304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세월호 사태는 대한민국 개국 이래 최악의 참사로 기록돼 있다.

세월호 인양으로부터 수 년의 세월이 흐른 목포 신항만. 유래 없는 대국민 참사를 남긴 세월호는 어떤 모습으로 남겨져 있을까. 목포 신항만으로 발길을 향했다.

10일 세월호의 상징인 노란 리본이 안착장 입구 진입 방지돌에 부착돼 있다.

목포 시민으로 메꾼 세월호 안착장

오후 4시께 도착한 목포 신항만 세월호 안착장 입구. 인도 진입 방지돌에 세월호의 상징인 노란 리본이 부착돼 있다. 색이 바랜 리본 스티커 위로 쏟아진 저녁 햇살은 이제는 잊혀진 국민들의 관심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목포 시민 외 방문객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7명의 목포 시민과 1명의 서울 시민이 전부다. 지역 행사가 축소되면서 방문객이 줄은 데다, 세월호 사태가 점차 잊혀지면서 국민들의 발길이 끊긴 탓이다.

목포시 연산동에서 자녀 2명와 함께 방문한 김정호(43) 씨는 “다니던 회사에 연차를 내고 큰 딸, 작은 딸과 함께 방문했다”며 “작년만 해도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꽃을 놓아두거나 기도를 하는 등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국민들의 관심이 잊혀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흐느꼈다.

"이 사람들이 전부 희생자들이야?" 김씨와의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앳된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씨의 둘째 딸 김민혜(9) 양이다.

김 양은 희생자 수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뜬 채로 정면을 응시한다.

선체가 안치된 철장 너머는 입구 경비실에 신분증을 맡기고서야 진입할 수 있었다. 텅빈 광장과 군데 군데 녹이 슨 임시 경비실의 모습은 참사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음을 몸소 느끼게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비실 관리인 A씨는 “예년까지만 해도 이 시간대에 현장을 방문,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민들이 많았다”면서도 “최근엔 많이 잊혀진 것 같다. 특히 평일의 경우, 목포 시민 외 사람들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입구 경비실로부터 이정표를 따라 걷기를 3분, 저녁 노을 사이로 세월호 선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선체 보존의 목적 상 일정 거리 이상 진입은 불가하다.

멀찌감치 바라 본 세월호는 그 이름처럼 세월의 흔적을 얘기했다. 선체 하단과 중간부, 침수부 모두 녹이 슬어 있는 모습이다.

10일 오후 목포 신항만에 안치된 세월호. 저녁 노을을 등지고 선 세월호의 모습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듯, 홀로 쓸쓸히 남겨져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vs 국민 도리(道理)...인근 상권의 깊은 한숨

목포 시민들의 반응은 씁슬함 그 자체다. 가지각색 축제로 관광 명소에 꼽히기도 했던 목포시의 명성은 이미 옛말이 됐다. 전 국민의 한(恨)이 담긴 세월호 옆에서 '감히 즐거운 축제의 장을 열 수 없다'는 것이 목포 시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목포신항 수산물시장에서 만난 수산업체 관계자는 "축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내심 축제 문화가 다시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지역 상가는 어디에도 없다. 감히 누가 세월호 옆에서 축제를 벌이자고 주장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년 이맘때 쯤이면 여러 축제로 인한 방문객들로 지역 상가 단지가 북적였다"며 "현재 이곳 상가 거리를 둘러보시길 바란다. 방문객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숨을 토했다.

익명을 요구한 목포 시민 강모 씨도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강씨는 모 낚시 축제에서 3등의 영예를 안은 경험이 있는 전문 낚시꾼이다.

강씨는 "목포 시민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픔을 함께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축제의 등불이 꺼진 목포는 그야말로 참담한 실정이다. 방문객 감소로 문을 닫는 자영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정부,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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