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할로윈 축제 메카로 급부상...수요 노린 지역상권·기업들도 대거 참여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27일 오후, 이태원 일대를 가로 지르려던 취재 차량은 도착 10여분 만에 찻길을 돌려야 했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며 인근 일대의 차량 이동이 전면 통제됐다. 교차로 중앙에서 차량을 통제하던 관리 요원은 첩첩산중처럼 밀린 유동 차량을 안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태원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이토록 많은 구름 인파가 형성된 것일까. 차량을 주차하고 내부를 걸어가 보기로 했다.
"어린이만 즐기라는 법 있나요" 이태원에 몰려 든 소비자들
"어우, 깜짝이야. 진짜 피인 줄 알았어."
차량을 주차한 용산구청에서부터 이태원역 방향으로 걷기를 5분, 동행하던 취재진이 놀란 듯 말한다. 위 아래로 크게 벌어진 그의 눈동자는 옆을 지나던 젊은 남녀 2명을 향해 있다.
남녀 2명의 얼굴은 그야말로 피 범벅이다. 양 볼은 칼에 베인 듯 찢겨져 있고 붉은 피는 목선을 타고 흘러 내린다. 그들이 입은 하얀 셔츠 역시 군데 군데 핏자국으로 물들어 있다.
이는 실제 상처가 아닌, '페이스 페인팅(Face Painting)'이라고 불리는 특수 분장이다. 피부에 사용 가능한 물감을 이용해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으로 미적 가치를 표현하는 창의적 활동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각종 행사와 축제 등에 접목되면서 그 쓰임새가 더 넓어지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신기하게 여긴 방문객들은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데 여념이 없다. 불과 몇 초만에 사진을 찍으려는 대기줄이 형성된다. 눈 부신 카메라 플래시는 한동안 그칠 줄 몰랐다.
할로윈 데이(10월 31일·Halloween Day)를 사흘 앞둔 이태원은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다. 흉터 등 얼굴 분장부터 괴기스러운 마스크, 캐릭터 코스프레, 마녀 인형 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대거 몰렸다. 이들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거나, 깜짝 놀래키는 등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축제를 즐기려는 소비 연령층은 다양하다. 20~30대 청년은 물론, 10살 남짓 자녀와 할머니, 할아버지 등 온 가족이 함께 온 방문객들도 곧잘 보인다. 젊은 소비자들이 극사실적인 귀신 분장을 하는 것과는 달리, 가족 단위 고객들은 마녀 모자와 머리 띠, 간단한 네일아트 등으로 자신을 꾸민다.

할로윈은 본래 대표적인 어린이 축제다. 미국의 경우 할로윈은 괴물 분장을 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사탕과 초콜릿 등을 얻는 날 정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젊은 청년들과 해외 이주민들이 대거 밀집한 이태원 지역에서 '모든 소비자들이 중심이 되는 축제'로 의미가 확장되면서 소비 촉진의 날로 부상하고 있다.
"연말 반짝특수 노려라"...할로윈 수요 잡기 나선 유통업계
이태원 중심상가에 도착하니, 할로윈 메카로 변신한 지역 상권이 눈길을 끈다. 매장 점원이 유령 복장을 한 채 손님을 응대하거나, 가게 간판 자체를 할로윈 분위기로 송두리째 바꾼 의료 매장도 보인다. 여느 때보다 많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한 지역 상권 간 마케팅 전쟁이 한창이다.
주요 유통 대기업들의 할로윈 마케팅도 만나볼 수 있다. 이태원역 인근에 위치한 CU 매장은 할로윈 기획상품 6종을 선보이고 있다. 각각 ▲버튼을 누르면 불빛이 반짝이는 호박·눈알 ▲해골 모양의 LED 막대봉과 사탕을 담은 핼러윈 LED 캔디 ▲귀여운 호박 모양 바구니와 아이셔 ▲마이구미 등 인기과자를 동봉한 호박통바구니 ▲쇼퍼백에 엠앤엠즈 핼러윈 에디션을 담은 엠앤엠즈 반사백 등이다. 이 밖에도 기존 상품들의 패키지를 시즌 분위기에 맞춰 변경한 핼러윈 에디션도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이태원역점은 할로윈 컨셉으로 매장 전체를 탈바꿈 했다. 매장 입구에는 유령 스티커가 부착돼 있고 할로윈 시즌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특별 코인을 증정, 할로윈 관련 소품을 받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표정의 고스트 머랭이 춤을 추는 듯한 비주얼의 ‘댄싱 고스트 모카’와 ‘댄싱 고스트 초콜릿’, 뼈 모양 초콜릿을 찾는 ‘툼툼 프라푸치노’ 등 할로윈 음료를 통해 시각적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인근 상권과 입점 대기업들이 할로윈 마케팅에 돌입한 이유는 이태원이 우리나라 할로윈 축제 현장의 본거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미군 부대의 영향으로 외국인 비중이 높아 정서적으로도 잘 부합되고 방문객까지 늘어나면서 '연말 반짝특수'를 누릴 수 있는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캔디·젤리 전문 매장 관계자는 "최근 1주일 간 판매한 해피 캔디·펌킨 젤리의 경우, 일 평균 판매량만 300만 원 가량에 달한다"며 "이는 주말 평균 매출량이 400~450만 원이었던 점을 미뤄볼 때 매출 신장을 견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지역은 할로윈 문화가 활성화되려고 해도 외국 문화라는 거부감 때문에 이를 기피하는 소비자들도 있다"면서도 "이 곳(이태원)은 외국인 비중이 높고 외국 문화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아 이 같은 특수한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할로윈 마케팅을 추진 중인 기업도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스타벅스 이태원역점 관계자는 "우리 매장을 비롯(이태원역점), 전국 8개 지점에서 할로윈 콘셉트 매장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태원역점이 가장 수요 증진 폭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 작년의 경우, 홍대입구역사거리R점과 함께 단기 매출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한 민족 정서와는 다소 맞지 않는 축제일 수도 있지만,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이태원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국 행사의 본거지로 거듭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