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판매기 산업이 40년의 역사가 넘어가고있지만, 좀처럼 경제적 뿌리를 내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 커피를 아이템으로 시작한 자판기는 7개 대기업이 모두 착수할 정도로 전망이 좋았다. 그러나 믹스 커피 시장이 대두하면서 음료·커피 자판기의 필요성은 줄어들었다. 가장 대중적인 커피 자판기 수익률은 3%~5%로 곤두박칠쳤다. 타격 이후 자판기 시장은 크게 위축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좀처럼 수익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측 입장이다.

30일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에 따르면, 자판기 사업은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성기였던 93년부터 98년까지는 1600억에서 1800억원대 기계 매출규모를 기록했으나, 2002년부터는 1000억대 시장이하로 급락해 지금까지 하락세를 이어온 것. 따라서 자판기 시장이 다시 반등하려면, 산업계 차원에서 독자적인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한다.

협회 측의 말에 따르면, 자판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과 상품구성이다. 현존하는 자판기는 상품 자체에도 차별성이 없을 뿐더러, 가격경쟁력도 유인(有人)매장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상품의 가격을 대폭 낮추거나, 전혀 새로운 분야의 품목으로 승부를 걸어야한다는 게 협회 측 조언이다.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무인 자동판매기는 일일이 금액을 투입하고 내용상품을 꺼내 들어야해서 훨씬 번거로울 뿐더러, 판매 품목도 이미 매장에 있는 상품일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가격과 상품면에서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자판기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사진=역사 내 설치된 자동판매기. 차혜린 기자.

지난 1일 일부 지역에서 찾은 캔 음료 자판기의 경우, 편의점과 중복되는 상품이 대다수였다. 그 중 5개 상품은 유인매장(有人)과 가격적인 차이가 없었으며, 일부 제품은 편의점(CU기준)보다 오히려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해당 자동판매기에서는 칠성사이다(1,400원), 코카콜라(1,400원), 데미소다 (1,200원), 포카리스웨트 (1,300원), 밀키스 (1,100원)를 편의점과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또다른 동일한 품목은 편의점에서 행사를 통해 300원이나 더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했다.

여기에 업계는 시중에 유통되는 상품 가격을 대폭 낮추거나 상품 구성을 완전히 달리해야한다고 설명한다.

업계 전문가는 "우선 소비자들이 자판기를 선택하게 만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저렴한 가격'인데, 현재로서는 일반 유인 매장보다 큰 혜택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한 "가격적인 차별화가 어렵다면 새로운 아이템으로 시장을 개척해야한다"면서 "예를 들어 스티커사진 자판기는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자판기에 도입돼 재미를 찾는 젊은 세대들에게 호응을 끌어낸 좋은 선례"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자판기 특성을 활용해 효용가치를 극대화한 상품들도 있다. 일례로 피임기구, 구강청결제, 휴지, 생리대, 일회용팬티 등은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로 구입할 수 있어서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이더라도 무인기계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더 선호도가 높은 경우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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