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에도 가성비 이유 방문객 증가세...소비자 "필요 사이즈·색상 쉽게 구할 수 있어"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19일 오후 3시 유니클로 서울 신림포도몰점 입구. 매장 안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매장에 입장하는 것 자체로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던 곳이다. 입장객을 곁눈질 하던 사람들은 온데 간데 없고, 한일 관계 악화도 더 이상 개의치 않다는 듯 소비자들은 매장 문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상징적 존재였던 유니클로. '보이콧 재팬'이 시작된 지 막 100일을 넘어선 지금, 사람들이 다시 유니클로를 찾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니클로 신림포도몰점의 조명 아래로 발길을 향했다.
겨울철 다가온다...동계 주력 상품 50%↓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천장, 이동 통로, 카운터 등 곳곳에 내걸린 홍보 문구가 눈길을 끈다. '한국 진출 15주년 기념, 감사 세일'이다. 익명을 요구한 매장 직원 A씨는 "저번 주 금요일(11일)부터 15주년 감사 세일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행사 덕분인지 최근 방문객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니클로의 주력 상품인 '후리스' 코너는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매대는 소비자들의 방문 흔적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질러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잘 정돈된 옷가지 위로 대자로 펼쳐져 놓인 옷들이 한가득이다.
매장 직원들은 제품을 다시 정리하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A씨는 "최근 방문객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헝클어진 옷가지를 정돈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특히 겨울철 후리스, 히트텍 등의 수요가 높은 만큼 해당 코너를 하루에도 수 차례 왕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인기 품목인 '경량패딩'은 일부 색상 및 사이즈가 동나는 사태도 벌어졌다. 몇 몇 방문 고객들은 매장 직원에게 사이즈와 재고를 찾아달라고 요청했고, 해당 제품이 없다는 답변에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질 좋고 가격도 싸니까요"...한풀 꺽인 '보이콧 재팬'?
방문객들은 대체로 한일 관계 악화에 더 이상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일 양국 간 관계 악화가 장기화로 번지고 있는 시점에서 무조건적인 불매 운동은 미래지향적인 사고 방식이 아니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이날 매장 안에서 만난 대학생 최민석(26) 씨는 한일 관계와 유니클로 매장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 한국 국민으로서 아베 내각의 여러 잘못된 판단에 늘 비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적인 요건으로 바라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좋지 않은 관계가 장기화에 접어든 만큼 양국 기업을 위해서라도 편협된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다른 방문객 A(35·익명요구) 씨는 유니클로에 버금가는 마땅한 대체제가 없었다는 점을 방문 이유로 꼽았다. 제품의 질과 가격 등을 고려하면 국내 입점한 어떤 브랜드도 유니클로와 동일한 조건을 제시해주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A씨는 유니클로 동계 니트를 손으로 가르키면서 "한번 만져보시고 양 옆으로 당겨보시길 바란다"며 "촘촘하게 잘 짜여 있지 않느냐. 이 정도 퀄리티의 가격이 2만원 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마 다른 브랜드였다면 족히 5~6만원을 넘어서는 제품이었을 것"이라며 "추운 날씨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가성비 상품을 찾다보면 자연스레 유니클로를 방문하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부 최미영(39) 씨는 예전보다 방문객이 적어 필요한 색상, 사이즈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체격이 작다보니 원하는 제품을 찾더라도 사이즈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일본 경제 보복조치로 유니클로 내 재고가 쌓이면서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유니클로의 대체제가 없다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소비자는 결국 상품의 질과 가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