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4조 원 규모로 커지면서 배송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현대백화점 식품 전문 온라인몰 e슈퍼마켓의 새벽식탁 배송,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한국야쿠르트 가정간편식 잇츠온의 정기배송, GS프레시의 아침배송 등 업계에서는 제품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넘어 배송에 승부를 걸고 있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 와중에도 이 시장만큼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현대백화점 김준영 홍보 상무는 “1인 가구 증가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며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집에서 가족 식사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번거롭게 조리하는 대신 간편한 샛별배송이 더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료를 구입해 직접 집밥을 해 먹기보다는 이미 다듬어진 재료 등을 바로 조리해 먹는 '가정간편식'을 선호하고,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주문해 다음 날 새벽에 배송받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자 유통기업들 역시 배송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 새벽이슬 맞으며 집 앞으로 오는 '집밥같은 간편식'
가정간편식 '잇츠온'은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송한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1971년 도입된 야쿠르트 아줌마는 현재 전국에서 1만 3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배송 시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회사는 '고객이 주문하면 매일 요리해 신선하게 전달한다'는 개념을 앞세워 냉동이 아닌 냉장 상태로 고객에게 전달한다. 가까운 슈퍼마켓이나 대형 마트에 가야 살 수 있었던 가정간편식이 아침 우유나 요구르트처럼 거꾸로 소비자의 집 대문 앞에 놓이는 것. 새벽부터 저녁까지 아무 때나 배송시간대 설정이 가능하고, 한 제품만 사도 배송비가 없다.
현대백화점은 식품 전문 온라인몰 e슈퍼마켓의 ‘새벽식탁’ 배송 서비스를 통해 오후 4시 이전에 주문할 경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았다.
HMR 브랜드 ‘원테이블’을 비롯해 신선식품과 주방용품 등 100여 개 제품을 우선 운영한 후 올 연말까지 배송 가능 제품을 6000여 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배송은 서울 전 지역과 부천·일산·과천·수원·광명·구리·의정부 등 경기지역(남양주·시흥 등 일부 지역 제외) 및 강화도·영종도·서구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인천지역에서 가능하다. 향후 주요 대도시 등을 중심으로 배송 가능 지역을 넓혀간다는 게 현대백화점 측 계획이다.
배송료는 e슈퍼마켓에서 5만 원 이상 구매 시 무료로 배송되며, 5만 원 미만이면 3500원의 배송료를 내야 한다. 서비스는 월요일부터 토요일(일요일, 공휴일 제외)까지 이용 가능하다.
GS리테일은 지난해 7월부터 온라인 신선식품 쇼핑몰 ‘GS프레시’를 통해 아침배송을 시행 중이다. 가정간편식 밀키트를 비롯해 5000여 개 상품을 오전 1~7시 사이에 배송해 소비자들의 아침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동원홈푸드 가정간편식 온라인몰 '더반찬'과 손잡고 'HMR 정기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해당 제품은 국세트 8팩과 반찬세트 16팩으로 구성했다. 매주 수요일 총 4회로 나눠 배송한다. 2인 기준 1회당 1만 원대(배송비 포함)다. 기존 온·오프라인 배송 서비스 대비 평균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 밀키트·가공식품도 배송 '속도전'
신선도가 생명인 먹거리의 특성을 고려한 빠른배송 서비스는 가정간편식을 넘어 밀키트, 가공식품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밀키트에는 밑 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이 담긴다. 메뉴 고민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번잡하지 않게 요리하는 게 가능하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밀키트 판매량은 1년 전보다 무려 359%나 급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가공식품 판매량 역시 17% 신장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신선도가 생명인 먹거리의 특성상 '빠른 배송'을 앞세운 가정간편식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G마켓·옥션·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집계한 지난해 가공식품 '스마일배송' 거래액은 전년보다 68% 증가했다. 특히 가정간편식 스마일배송은 125%나 뛰어 2배 이상 증가했다. 스마일배송은 평일 오후 6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곧바로 받아보는 일종의 익일 묶음 배송 서비스다.
가정간편식은 아니지만 일반 음식점의 요리를 집으로 받아보는 배달 서비스도 연일 성장세다.
‘배달의 민족’의 배민프레시는 끼니를 챙기기 힘들 정도로 바쁜 현대인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집밥과 반찬을 배송해 주는 ‘온디맨드 집밥 배송’ 서비스다. 배민프레시는 현재 150여 개의 파트너사와 함께 3000여 개의 상품을 제공하고 있고 올해부터 집밥 메뉴인 반찬과 국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배민프레시는 2015년 11월 국내 반찬 정기 배송 1위 업체 ‘더푸드’를 인수했다. 배민프레시는 이용자의 주문과 동시에 제품이 준비되며 재고를 두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제품이 신선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간편식뿐만이 아니다. 장을 볼 시간조차 없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산지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들을 집 앞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
2012년에 설립돼 2016년 12월 SK플래닛의 자회사로 편입된 스타트업 ‘헬로네이처’는 ‘신선한 먹거리의 유통’을 상거래 모델로 삼고 있다. 헬로네이처는 산지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과일·육류·식료품 등을 온라인으로 바로 주문해 배달해 준다. 모든 제품에 생산 농부의 이름이 붙어있고 자체 안전성 검사를 시행해 소비자의 신뢰성을 확보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